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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한강 노들섬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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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적극적 관리 목소리 컸지만
홍수 등 피해 근본적 해결 어려워
도시와의 관계 다시 생각해 볼 때
도로 위주 개발은 이젠 옛말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한강 노들섬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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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역사에서 강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 주요 도시로 꼽히는 로마에는 테베레강이, 파리에는 센강이, 런던에는 템스강이 있다. 카이로에는 나일강이, 델리에는 야무나강이, 교토에는 가모강이 있다.


강은 도시에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배를 통해 바다로 나가 인접 지역과 연결했기 때문에 도시의 발달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와 강의 관계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도시 발달에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홍수의 범람으로 인명과 재산이 위협받기도 했고, 전염병의 경로가 되어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서울에는 한강이 있다. 사대문 안에 국한되던 한양에서 한강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었고, 한강은 여러 나루터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대문 도성을 넘어 점차 커지기 시작한 한양은 한강까지 다다르더니 오늘날 강남으로 부르는 지역까지 아우르면서 서울은 한강을 품은 도시가 되었다.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개발은 필연적이었다. 어느덧 한강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되었고, 다양한 인프라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홍수였다. 그러자 홍수피해 대책이 강구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양쪽으로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올림픽대로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등의 ‘한강종합개발계획’이 1982년에 착수, 1986년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한강 접근성 문제와 자연 생태를 파괴했다는 비판이 대두되었다.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그 결과 강 주변 녹지는 늘었지만 이번에는 화려한 건물만 남겨 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한강 노들섬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홍수피해는 해결이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예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으나 근본적 원인은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에만 해도 10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 2022년 여름 강남을 중심으로 심한 홍수 피해가 있었고, 그 이전인 2020년은 물론 그 이전에도 홍수로 인한 피해는 반복되어 왔다.


도시들마다의 역사에서 홍수 피해가 없는 곳은 거의 없지만 한강은 매년 한반도를 찾는 장마로 홍수에 특히 취약하다. 한강이 한양 밖, 즉 도시 밖에 있을 때 홍수는 자연 현상 중 하나였다.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피해는 자연스럽게 복구되었다. 하지만 강 가까이에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하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피해 규모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자연의 일부이긴 하나 도시 일부이기도 한 한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피해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한강과 도시 관계의 미래를 놓고 볼 때 한강을 둘러싼 고민을 달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이상적인 주장일 뿐 현실적 대안은 될 수 없다. 한강은 세계 여러 도시가 품은 강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며 관리가 없다면 홍수로 인한 피해는 더 컸을 것임은 분명하다. 요점은 한강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편안하고 안전한 한강을 만드는 것이 지금껏 해온 ‘한강종합개발계획’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강종합개발계획’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후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2022년 같은 공격적인 강수량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안전한 한강을 향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위험은 한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도시의 강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예를 들면 물 흐름 관리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메가스트럭처 건설 기법 같은 기술적인 방법을 시도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한국 돈으로 약 8조원 예산을 투입, 2020년부터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홍수 예방시스템 ‘모세’, 국토의 26%가 해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매스란트케링 방벽’ 등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긴 하겠지만 기후 변화로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한강에도 미래를 바라보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의 조치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강의 관계 설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안전, 즉 홍수 피해의 최소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한강에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시행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역시 이 부분 해결을 위해 애썼지만, 자동차 중심인 현재 강변의 인접 도로와 다리들로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민들이 지금이라도 한강에 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를 건너야 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는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강 가까이에 연결된 지하철역은 여의나루역이 거의 유일하다.


그런 면으로 볼 때 한강에 보행자 전용 다리가 없는 것은 영 아쉽다. 만일 노들섬으로 향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면 어떨까. 시민들은 한결 더 가깝게 노들섬 녹지를 즐길 수 있고, 강 양쪽은 쉽게 연결될 테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의 급성장기 도로확충과 교통난 해결을 위해 한강은 도로 위주로 개발이 되었으나 이제 그런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고, 이제 다른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중심 도로는 단지 보행자 접근성의 불편만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위해 한강을 관리하느냐, 생태적으로 한강을 바라보느냐는 정반대의 주장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호 보완적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곧 도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는 막대한 예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 철마다 옮겨다니는 철새, 강 주변에 서식하는 초목들의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결단이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 한강과 서울의 관계 재정립은 어려워 보인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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