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24분 전후 발사 예정
첫 실전 임무...한국형 우주발사체 실용화 첫 도전
오늘 오후 '한국판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서막이 열린다.
24일 한국의 첫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또 한 번 중대한 실험대에 오른다. 수백억원대의 상용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첫 실전이다. 성공해야 우주발사체 실용화 목표를 달성한다. 탑재 위성들도 첨단 과학 실험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간에 우주발사체 기술을 이전하는 첫걸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이날 오후 6시24분(±30분) 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한다. 전날 오전 발사체를 옮겨 발사대에 기립·고정한 후 엄빌리칼을 부착하는 등 준비 작업을 마친 상태다. 엄빌리칼이란 탯줄이란 뜻으로 전기·추진제를 주입하는 커넥터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기술적 상황ㆍ기상 상태 등 최종 점검을 거쳐 추진제(연료+산화제) 주입ㆍ발사 여부, 발사 시각 등을 정할 예정이다.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의 첫 실제 임무 투입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13년 동안 1조9570억여원을 들여 누리호를 개발했다. 2021년 10월 1차 발사 땐 정상 비행했지만 위성모사체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2차 발사 땐 성능검증위성ㆍ큐브 위성 4기를 궤도에 올려놓아 최종 성공했다. 그러나 성능 테스트 수준이었다. 이번 3차 발사는 수백억원대 몸값을 가진 '손님'들을 여럿 태우고 무사히 550km 궤도에 올라가 내려놓아야 하는 첫 번째 실전이다. 누리호가 신뢰도ㆍ안정성을 검증받아 진정한 의미의 '우주발사체'로 자리매김할 기회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 2차 발사 때는 기능적 점검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목표 궤도를 정하고 위성을 사출하는 등 본격적인 상업용 발사체로서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발사에 이어 로켓을 새로 제작하는 4차 발사까지 성공할 경우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3차 발사에 탑재된 위성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주탑재물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24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주ㆍ야간ㆍ악천후에도 지상 관측을 할 수 있는 첨단 합성구개레이다(SAR)를 운용하는 국가 위성이다. 해상도 5m, 관측 폭 40km의 X대역 SAR을 활용해 한반도 이상기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북극 해빙 변화를 탐지할 예정이다. 삼림 생태변화ㆍ해양 환경 오염 감시 등에도 쓰인다. 태양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근지구 궤도 우주방사선 관측 장비도 탑재됐다. 우주 핵심 기술 검증을 위해 ▲상변환 물질을 이용한 열제어장치 ▲X-대역 GaN기반 전력 증폭기 ▲미국 위성항법시스템(GPS)ㆍ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복합항법 수신기 ▲태양전지배열기 등을 장착했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약 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도요샛(SNIPE) 위성(4기)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소형 위성 군집 운용 기술이 적용되며, 근지구 우주날씨 관측 임무를 띠고 있다. 입자검출기(SST), 랑뮈어 탐침(LP), 자력계(MAG)등의 장비를 갖췄다. 당초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으로 발사 비용 65%를 이미 지불했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이 묶였다가 누리호 3차 발사 티켓을 얻었다. 이밖에 민간업체 루미르사가 개발한 우주방사능 측정 기술 시연용 '루미르-T1', 져스텍사의 4m급 해상도 지구관측 광학 관측용 'JAC', 카이로스페이스사의 지표면 편광 특정을 통한 기상 현상 관측 및 우주쓰레기 경감 기술 실증을 위한 'KSAT3U' 등 큐브 위성 3기도 포함됐다.
미국의 스페이스X 사례에서 보듯 우주개발도 민간 주도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누리호 제작ㆍ발사 운용 기술을 민간에게 전수해 우주산업 육성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해 기술 이전을 할 예정이다. 누리호 75t 액체 엔진을 실제 개발한 한화에어로는 이번 3차 발사부터 제작ㆍ조립 총괄 관리, 발사 공동 운용 등의 역할을 맡아 노하우ㆍ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4~6차 발사를 통해 기술력을 습득해 향후 민간 우주발사체를 개발, 한국판 스페이스X로 성장할 수 있을 주목된다.
한편 지난 1, 2차 발사 때 오후 4시 발사와 달리 이번 3차 발사는 해 질 무렵 진행된다. 발사체에 탑재할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목표 궤도인 태양을 마주 보고 도는 '여명황혼궤도'에 올라가기 적합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명황혼궤도는 적도를 통과하는 시간이 새벽 6시(여명)와 오후 6시(황혼)라는 의미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의 핵심 탑재체인 SAR이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최대한 받도록 하기 위해 선택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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