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대기오염 심화로 봄비 가치 상승
용수확보·미세먼지·산불 ·농산물 등 효과 커
"오늘 내리는 봄비는 '1조원짜리'입니다."
긴 가뭄과 대형 산불에 시달리던 지난 5~6일 전국에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토요일인 15일도 수도권 5mm 안팎, 경남 내륙 40mm 등 봄비가 예보됐다. 이같은 봄비는 갈수록 귀한 손님이 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봄 가뭄과 산불 등이 심해지고, 중국발 미세먼지도 기승을 부리면서 봄비 한 번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한계 효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봄비는 실제 얼마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을까?
가장 최근의 공식 연구 자료는 2015년 3월31일 내렸던 봄비에 대해 국립기상과학원이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던 것이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당시 수치를 놓고 현재의 상황에 더해 추정이 가능하다. 이때는 2014년 12월 이후 강원도 등 중ㆍ북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었다. 평년 강수량의 20~40%에 그칠 정도로 몇 달째 비가 안 왔다. 3월31일 전국 평균 4.5mm의 비가 내렸다. 농번기를 앞두고 가뭄에 애가 타던 농민들, 용수 부족으로 고민하던 산업체들, 미세먼지로 고생하던 전 국민들, 산불 진압ㆍ예방에 애쓰던 소방관들까지 한숨을 덜 수 있었다.
당시 국립기상과학원은 겨우 5.5mm의 봄비였지만 무려 25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8.3㎍/㎥ 정도 감소해 대기질 개선 효과가 약 2300억원 발생했다. 또 24만1058가구가 제한 급수 등 가뭄피해에서 벗어나 약 70억 원의 이득 효과가 생겼다. 수자원 확보와 산불 예방 측면에서도 약 32억7000만원, 3억원의 가치가 각각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봄비의 가치는 2500억원에 그치지 않았다. 워낙 적게 내려 최소한의 효과만 계산됐고 농작물ㆍ나무ㆍ식물의 성장 등 가치로 따지기 어려운 항목이 빠졌다. 대기질 개선에 따른 의료 부담 경감, 산불 피해에 따른 간접 비용, 수질 개선에 따른 효과, 도시 기온 하강 효과 등이 계상되지 않았다. 또 딱 하루 내린 비로 계산해 수자원 확보량을 최소한으로 잡았다.
지난 5~6일 봄비도 비슷한 상황에서 내려 국민들을 한시름 덜게 했다. 맑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3월 평균 기온이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강수 일수가 3.7일로 평년보다 4.3일 적어 가뭄이 심했다. 이로 인해 전라북도의 경우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58.7%로 평년 저수율(78.5%)보다 20% 포인트 가량이나 낮았다. 오는 7월쯤 농업용수 고갈이 예상되던 비상 상황이었다.
숲도 바싹 마르면서 봄비가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산불이 기승을 부렸었다. 지난 2일 서울 중심부인 인왕산이 불탔다. 충남 홍성과 금산, 대전 서구, 전남 함평과 순천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 축구장 875개 규모의 산림과 일부 주택이 소실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 국립산림과학원은 2021년 3월 봄비가 5.5mm 내릴 경우 1.1일 동안 산불 방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최대 121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봄에 산불 피해가 집중돼 그만큼 봄비의 효용가치가 높다. 실제 2011~2020년 새 최근 10년간 봄철 산불조심기간에 발생한 산불은 전체의 66%(3110건), 피해 면적의 93%(여의도 면적의 35.8배)를 차지한다.
2010년 발표된 인공강우의 경제적 가치 추정 연구 결과로도 봄비의 효용을 간접 추산해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선 국내 대표적 강수량 부족 지역인 안동ㆍ임하댐 유역에서 인공 강우를 실시할 경우 연간 수자원 확보 3억4800만원, 산불방지 224억5800만원, 가뭄 피해 저감 284억5800만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인공강우로 인한 수도권 지역 대상 대기질 개선 효과는 56억8900만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기후 극단화에 따라 봄 가뭄ㆍ산불이 더 강해지면서 소방 헬기 추락 등 인명·재산 피해도 더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공중 보건 비용도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넉넉히 대지를 적셔주는 하루 봄비의 경제적 효과는 요즘 최대 1조원 안팎까지도 추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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