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만 부각"vs"규제·체벌 부활할라"
전북·충남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정 추진 중
교권과 학생 인권은 충돌하는 가치일까.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학생 인권 보호의 근거를 규정한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학생 인권만 부각돼 교권이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서울뿐 아니라 전북·충남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및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최근 교사를 향한 폭력, 교원평가 성희롱 등 여러 교권 추락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만 학생 측은 A씨가 멱살을 잡고 폭언을 해 맞대응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군위군의 한 초등학교 3학년 B군이 40대 담임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가 체육 시간 경기 결과에 불만을 품고 동급생을 때린 B군을 훈계하자 "왜 자기 편을 안 들어주냐"고 항의하며 해당 교사를 주먹으로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서술형 항목의 익명성을 악용해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과 성희롱을 퍼붓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에 교육계는 교권 추락 문제를 지적해왔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뒤로 가서 서 있으라고 한다거나 자는 학생을 깨우는 등의 기본적인 지도 행위조차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아니더라도 임계점을 넘은 교권 추락을 막을 수단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충남 등에서 잇따라 제정됐다. 성별이나 나이, 종교, 성별 정체성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조례안은 학생에 대한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등 학교 내 폐단을 변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교권 회생 방안을 학생인권조례 폐지에서 찾고 있다. 조례로 인해 학생 인권이 부각되면서 교권이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계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는 지난해 8월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종교의 자유와 부모의 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지난달 이를 받아들였다.
15일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조례 폐지안이 심사를 거쳐 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된다. 절차 진행 속도에 따라 올해 안에 매듭 지어질 수도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는 게 아니라며 "민주주의 후퇴"라고 맞서고 있다. 조례안이 폐지되면 학생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체벌이 횡행하는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교실 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는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학생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에 반대하는 보호를 약하게 만들고 국제 인권 기준과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다른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어 두렵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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