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회사들 가정 요금 인상 신청…정부가 반려
전기료 급등에 대학도 타격…추경까지 편성
일본에서 대형 전력회사들이 일제히 전기요금 인상에 나서면서 전기료 폭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대학 등 공공시설은 전기료 급등으로 운영난을 겪으면서 유서깊은 대학 중 하나인 도쿄예술대학에서는 피아노까지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회사들이 가정용 전기료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불만여론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16일 NHK는 일본 대형 전력회사 10곳 중 7곳이 28~46%의 전기 규제요금 인상을 국가에 신청했고, 경제산업성은 인상 폭을 줄여 다시 제출하라며 반려했다고 보도했다. 민영화된 일본의 전기료는 규제요금과 자유요금으로 나뉘는데, 가정용에 주로 해당하는 규제요금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정부 허가를 받아야 인상할 수 있다.
경산성의 반려 조치로 일단 4월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전망이지만, 여론은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다. 앞서 전력 회사들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 1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기세가 너무 비싸다'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 등 공공시설은 이미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예술가를 배출해 유서 깊은 도쿄예술대학의 경우 줄어든 국가 지원금에 전기료까지 급등하면서 예대에서 연습실 피아노를 팔아치우는 일까지 발생했다. 도쿄예대 관계자는 "전기세 급등으로 전기요금이 예산보다 2억3700만엔(23억5000만원)이 더 늘어났다"고 전해. 경비 절감으로 난방도 하지 않고 있어 연구 발표 때는 담요나 손난로를 배부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사카 대학은 작년 12월부터 도서관 운영 시간 자체를 단축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나고야대학은 전력 소모가 큰 슈퍼컴퓨터의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전기세 급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50억엔(496억원)을 편성했지만,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회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엔화 약세 등으로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LNG 가스와 기름값이 급등해 전기료를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2019년 12월과 비교해 2.5배 뛰었고, 석탄 가격은 5배 뛰었다. 문제는 규제요금의 경우 회사가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연료 가격 상승을 전기료에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경우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연료비 급상승으로 적자가 나기 시작했고, 홋카이도 전력도 9년 만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아픔을 겪은 일본에서 다시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원전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간사이전력과 규슈전력의 경우 화력발전의 비율이 낮아 이번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나카 히데토미 조부대학 교수는 “이번 전기세 인상 원인 중 하나는 원전 재가동 지연”이라고 명시하면서 “과도한 재생에너지 의존은 금물이다. 원전 재가동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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