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게임업계의 핵심 사업모델에 대한 규제안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위반시 징역 2년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상헌·유정주·유동수·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 심사해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법안소위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한 차례 통과가 불발됐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은 발의 2년 만에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소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이후 상임위 전체 회의에 올라간다. 소위를 거친 법안은 대부분 전체 회의에서도 가결된다. 전체 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상임위를 떠나 법사위로 넘어간다.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법안이 아니라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리없이 통과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후 대부분 가결된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의미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가 없어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에 따랐다. 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어, 뽑기를 통해 뽑을 확률을 표시해야 한다. 공개 주체는 제작사와 배급사, 제공사다. 제공사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 혹은 광고대행사를 지칭한다는 해석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를 위반할 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권고 및 시정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체부는 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컴플리트 가챠’(다중 뽑기) 금지와 하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용자 위원회 설치에 대해서 ‘신중’ 의견을 냈다. 신중 의견은 사실상 ‘반대’로 통한다.
게임업계 “과잉 규제”
개정안 통과를 두고 게임업계는 과징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사 자체적으로 아이템 확률 표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해외 게임사들만 이득을 본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을 시행해도 해외 게임사들에게 법을 강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국내 게임사들이 이른바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가 모호해 과잉규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자가 구입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효과,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만으로는 게임사 조차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분류돼 제재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니터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내용을 잘 아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 규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광고 선전물마다 표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확률형 아이템 외 마땅한 대안 없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넥슨은 신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를 공개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의 인기 순위는 5위권 안쪽이다. 하지만 매출 순위는 5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게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없으면 돈을 많이 벌기 힘든 상황이다.
대안 가운데 하나인 콘솔 게임과 같은 유료 게임 개발도 쉽지 않다. 콘솔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국내 게임사의 인지도는 낮다. 또 개발 비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용자 반발로 판매 비용을 높일 수 없는 상황이다.
각 게임사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 중이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