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서울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런데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과의 관계가 많이 단절되고 있어요. 서울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연결성을 이어 나가야 합니다. 이 고민이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상헌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연과의 상생을 꼽았다.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경관 요소인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서울이 가진 정체성을 더욱 잘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유럽 도시국가들은 교회나 탑 같은 건축물이 주요 경관 요소지만 서울은 예로부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중심이 됐다”면서 “이러한 자연환경을 도시 전체와 시각적인 관점, 물리적인 측면에서 연결시키느냐가 서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이어지는 도심하천, 그리고 주변에 위치한 산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잘 살려내는 것이 급선무”며 “여기에 근대화 과정에서 모습을 많이 잃어버린 구릉지 공원을 잘 가꿔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도시 외부공간인 ‘공공공간’의 중요성에도 주목했다. 공공공간은 가로·공원·광장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거나 휴식을 취하고, 행사와 축제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대중 집회와 공연, 만남이 공원이나 광장이 아닌 주로 길거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비어 있는 필지(공지)들이 공적 공간으로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길과 필지 조직으로 짜인 서울의 도시구조 특성상 필지 내 공지를 공공공간으로 활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양 도시에서는 비어 있는 넓은 공간의 필지들을 광장과 공원 등 명확한 공공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서울 내의 자투리 공지는 필지에 가깝게 붙어있어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관리상의 이유로 폐쇄돼 공공공간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공간을 공원이나 휴게공간, 주차장 등의 필요한 시설로 만들어서 시민들의 편의를 높여야 한다”며 “공지를 통합 배치해 소광장을 만드는 등 도시계획 차원에서 더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헌 교수는 1998년부터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의 현실에 맞는 실천적 건축 및 도시 이론을 모색 중이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건축역사 이론 비평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건, 정림건축, 인우건축 등에서 실무를 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한국건축의 정체성> 등이 있으며, 한국 현대건축과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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