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리볼빙 잔액 역대급으로 UP
현금서비스 잔액도 코로나19 이후 상승세
카드론 규제에 '풍선효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신용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이월시키는 '리볼빙' 금액이 역대급 규모로 올라섰다. 카드사 현금서비스(단기대출 서비스) 이용도 2년 연속 상승세다. 고금리 시대 속 이자 부담에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사 단기 대출 상품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저신용자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연체율 급등 등 카드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비씨·현대·롯데·우리·하나·NH농협카드 등 카드사 9곳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3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1조2125억원(19.7%)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역대급 규모로 커졌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을 해당월에 일부만 결제하고 최대 90%까지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시상환 부담이 적어지는 만큼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활용한다.
역시 '급전' 창구로 꼽혔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개 카드사 현금서비스 누적 이용액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56조6358억원(국내 기준)으로 집계됐다. 2020년 54조840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금서비스 월말 잔액은 지난해 2월 6조4119억원에서 꾸준히 높아져 지난해 11월에는 7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 잔액은 현금서비스, 리볼빙 대비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6조3191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여신업계 자금난과 함께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는 규제 대상에 카드론도 포함시켰다. 이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카드론보다 금리가 더 높은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을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는 모양새다.
고금리 시대 속에서도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들인 만큼 연체 우려와 금융사 부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13.29~18.40%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이들도 최대 16.61%의 금리가 적용될 정도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가장 낮은 비씨카드의 '평균 금리'도 16.85%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 연채채권(1개월 이상)은 1조7121억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0.74~1.34%다. 전년 동기 0.25~1.35% 대비 소폭 올랐다. 업계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낮게 나오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해온 영향이다. 실제 연체율은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도 추가로 인상된 만큼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연체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들도 일부 회원의 한도를 하향 조정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한도를 평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DSR 규제에 카드론을 포함시키면서 리볼빙과 현금서비스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고금리 상품이 늘어나면서 신용위험이 늘어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DSR 규제에서 카드론을 한시적으로 제외해주는 등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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