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퍼포먼스 데이터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
K리그, 유소년에서도 활용…일반인용도 출시돼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득점 뒤 관중석 앞으로 뛰어가 상의를 벗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유니폼을 벗은 황희찬은 가슴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검은색 조끼를 입은 모습이었다.
온라인에서 이 옷이 화제가 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황희찬은 왜 저런 모양의 속옷을 입었나", "손흥민 선수도 입었던데 설명해달라"며 궁금해 했다. 가수 박재범은 SNS에 자신이 이 패션의 원조라고 주장했고, 방송인 유병재는 황희찬 선수의 세리머니를 코스프레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 옷은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Tracking System)이라는 웨어러블 기기다. 위아래 폭이 18cm, 무게는 53g 정도로 작고 가벼워 조끼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안에 GPS(위성항법시스템) 수신기, 회전운동 측정 등을 하는 센서가 탑재돼 있다. 경기 중 선수들이 뛴 거리, 최고 속도, 스프린트 횟수와 구간, 커버 영역(히트맵) 등 각종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한다. 대표팀 모든 선수들이 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코치진은 전술을 짜거나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이 데이터들을 활용한다. EPTS는 선수의 슈팅이나 패스 성공률 등 경기 데이터를 수집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한다. 이를 통해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해당 선수를 어느 포지션에 어떤 방법으로 쓸지 등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사전에 피로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고, 심장 이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할 수도 있다.
EPTS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국가대표팀이 이용해 효과를 봤다고 알려지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5-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 역시 이 기기를 활용했다고 밝혀 이후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많은 선수와 구단들이 EPTS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FIFA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공식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2018년부터 K리그에서의 EPTS 장비 착용을 허용했다. 유소년 리그 18세 이하(U-18), 15세 이하(U-15)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에게는 경기력 평가뿐 아니라 육성 계획 수립을 위한 지표로까지 활용 가능해 의미가 더 크다.
EPTS는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에게는 비싼 가격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인들도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도 출시돼 이제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최고 속도, 스프린트 정보 등 ETPS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들을 자신의 휴대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yun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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