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비행시 경찰차 1대 1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맞먹어
군용 장비 온실가스 배출량, 항공·해운산업보다 많아
네이처 "각국 군대 책임감 갖고 현황 파악 및 대책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숨은 적'으로 전 세계 각국, 특히 미국의 군대가 지목됐다.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소 전체의 1%에서 최대 5%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각각 2%인 항공, 해운산업보다도 많을 수 있지만, 누구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가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군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미군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무려 42t에 달하며, 미군이 자랑하는 스텔스 전투기 F-35는 100해리(185.2km)를 비행할 때마다 영국의 경찰차 1대가 1년간 뿜어내는 것과 맞먹는 이산화탄소(2.5t)를 배출한다. 최고 시속 1600km로 비행할 경우 약 7분만 비행해도 경찰차 1대의 1년 배출량을 능가한다는 얘기다.
매년 미군이 소모하는 제트연료로 인한 공해물질은 600만대의 미국 내 승용차가 배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군의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은 이미 스위스, 가나, 뉴질랜드 등의 국가 단위 총량을 초과했다. 국가로 치자면 전체 54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50 탄소 중립 목표 실행을 위해 결성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펴낸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물론 유엔(UN) 기후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탓이 컸다. 미국은 1997년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국가안보를 이유로 군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관한 사항은 다루지 않도록 강력히 로비해 결국 관철했었다. 최근에서야 경각심이 대두되면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보고하고 감축 계획을 짜서 공개한 상태다.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중에서도 10개국이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 중 7개국은 감축 목표를 정해 실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대부분의 대규모 군대 보유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통계ㆍ대책 마련은커녕 무감각한 상태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만한 배출량 계산ㆍ통계 방식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네이처는 "전 세계 각국은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갖고 유엔이나 기후변화 관련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하고 감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군대 간 무력 충돌이 기후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군대가 유엔의 논의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고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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