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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겨냅시다]"어린이는 사고 뉴스·영상 가급적 보지 않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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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핼로윈 행사 취소…초등학교에도 애도 공문 내려와
사고 소식 노출 어린이 2차 피해 우려
"자극적 영상 신속·강력히 차단해야"…아이 마음건강 부모 역할 중요

[함께 이겨냅시다]"어린이는 사고 뉴스·영상 가급적 보지 않도록 해야"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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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구조인력,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리고 그 상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지켜본 국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인 만큼 모두가 불안, 공포, 죄책감 등에서 벗어나 마음에 안정을 찾기까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아픔을 어떻게 보듬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지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이태원 참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오후 7세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 A씨는 유치원으로부터 안내문을 받았다. 31일 예정됐던 핼러윈 파티를 취소하고, 등원 시 핼러윈 복장 착용 등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였다. 며칠 전부터 망토와 사탕바구니 등 핼러윈용품을 사며 들떠 있었던 아이는 갑작스러운 실망했고, A씨는 “핼러윈 파티에 가던 사람들이 많이 다쳐서 다른 유치원들도 모두 파티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달랬다. 아이는 TV 뉴스 화면을 보다가 유치원에서 배운 적이 있다며 마룻바닥에 커다란 인형을 눕혀놓고는 심폐소생술(CPR) 동작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B군은 월요일 오전 등교하자마자 1교시 수업을 미루고 10여분 동안 안전교육을 받았다. 담임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팔짱을 끼고 팔을 쭉 뻗어 가슴 앞 공간을 확보하는 동작이었다. 많은 사람이 몰렸을 때 질식을 피하는 방법과 함께 혹시라도 넘어지면 몸을 옆으로 굴려 보호해야 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B군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생존수영, 지진·화재 대피 훈련을 받더니 이제는 압사 방지 훈련까지 받고 온다”며 “안전에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많은 국민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호소하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 어린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접한 사고 영상을 통해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인격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데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영상 등을 통한 간접경험은 2차, 3차 트라우마를 겪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인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는 ‘쇼트폼(짧은 길이 동영상)’ 형태로 사고 당시의 상황이 담긴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국내 기반 플랫폼인 경우에는 빠른 조치가 가능하지만, 외국 기업에서 운영하는 경우 접근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신 교수는 “사고 소식을 접한 아이들이 호기심에 영상을 찾아보기 쉽다”며 “끔찍한 장면이 담긴 영상에 대한 강력하고 신속한 차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SNS 게시 영상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제된 뉴스 영상조차 어린이에게는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고 관련 내용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간접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권고문을 통해 “방송보도, 여과 없이 확산되는 SNS 정보에 노출된 성인, 특히 유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이들이 트라우마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에서 아이가 사고 이야기를 한다면 무조건 가로막지 말고 감정과 생각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공감해주면서 비난보다는 침착하고 간단명료하게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좋다. 뉴스도 아이 혼자서 보도록 하기보다는 부모가 같이 보면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절해줘야 한다.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도 함께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이겨냅시다]"어린이는 사고 뉴스·영상 가급적 보지 않도록 해야"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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