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내달 1일부터 남녀 객실 승무원 명칭 통일
여승무원 화장 의무 없애고 복장 규정도 바꾸는 추세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여성 승무원을 뜻하는 '스튜어디스(stewardess)' 명칭을 없애기로 하면서 항공 업계 전반에 스튜어디스 명칭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1일부터 남녀 객실 승무원 명칭을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로 통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여성 객실 승무원은 '스튜어디스', 남성의 경우 '스튜어드'로 불렸다. 이후 진급을 하게 되면 남녀 구별 없는 명칭인 부사무장, 사무장이 된다.
대한항공이 객실승무원 명칭을 통합한 것은 1969년 대한항공 창사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를 구분 지어 부르는 호칭은 최근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성 차별적 요소를 없앤 것으로 해석된다. 내달부터는 남녀 승무원 모두 '플라이트 어텐던트(FA)' 로 불리게 된다.
항공 사상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간호사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으로 간호사였던 엘렌 처치(Ellen Church)로 알려졌다. 그의 꿈은 원래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항공 업계가 막 성장하던 시기로, 비행 자체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여성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에 처치는 자신이 간호사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간호사가 항공기에 탑승하면, 승객들의 공포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득했고,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기는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에 갈 수 없다 보니 처치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치의 첫 비행은 1930년 5월15일 미국 오클랜드발 샤이 안 해 항공기로 알려졌으며, 승객 반응은 처치의 예상대로 긍정적이었다. 이후 처치는 여승무원을 더 모집하는 권한까지 부여받았고, 본격적으로 항공 업계 전반에 스튜어디스 채용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스튜어디스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여성 승무원들의 복장 규정도 바꾸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한 항공사에서는 여승무원들의 복장 규정을 교체했다.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저가 항공사 '스카이업'은 여승무원들의 기존 유니폼을 변경했다. 스카이업은 기존의 하이힐과 치마, 블라우스를 없애고 운동화에 헐렁한 오렌지색 재킷과 바지를 도입할 것을 결정했다. 다만 화장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스카이업 마케팅 총괄 마리아나 그리고라시는 "승무원의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고 고된 일"이라며 "여승무원들이 성적으로나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비치질 않길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승무원들의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했으며, 노르웨지안 항공사도 플랫 슈즈를 허용하고 기내 필수화장 요건을 폐지했다. 일본의 한 항공사도 하이힐 의무 착용을 없애는 등 조처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승무원들의 복장 규정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012년 국내 한 항공사 노조는 복장 규정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2013년 2월 인권위는 복장으로 바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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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치마는 긴장감을 줘서 태도나 자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어 아름다운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인식은 유니폼 제작 시 승무원의 업무를 안전보다는 대고객 서비스 업무 중심으로 보고 여성 승무원의 고정된 외적 이미지를 서비스의 본질적 요소로 이해하는 것으로서 여성 승무원이 수행하는 전체적인 업무에 대한 성차별적 시각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봤다. 또 "승무원 일반의 역할보다는 여성성만을 강조하는 편견과 편향된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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