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집값이 수억원씩 떨어지며 ‘깡통전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세입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1098억원, 건수는 5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9월 해당 상품 출시 이후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 1~9월 누적 기준으로는 사고금액이 6466억원, 사고건수는 3050건으로 이미 지난해 총 누적 기준(5790억원, 2799건)을 넘어섰다.
전세보증보험 외에도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확정일자와 전세권설정 등기가 있다. 먼저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서에 기입한 날짜다. 이를 법원이나 동사무소 등에서 확인 받아 임대차 계약서에 해당 날짜가 적힌 도장을 받으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전세권 설정등기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자신이 전세 세입자라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전부에 대한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는다.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등기의 가장 큰 차이는 집주인의 동의 여부와 비용이다.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는 반면 전세권 설정등기는 집주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비용의 경우 확정일자는 수수료 600원인 반면 전세권 설정등기는 보증금 액수에 따라 일반적으로 법무사 대리 비용까지 수십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보통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저렴한 확정일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지 못한 경우에는 전세권설정 등기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별도로 임대인에게 임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고 승소해야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에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이 잡혀 있다면 보증금을 100% 다 돌려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전세권설정 등기를 받은 임차인의 경우 별도의 판결절차 없이도 직접 경매신청이 가능하다.
경매 시 보증금의 보상 차이도 달라진다.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건물과 토지가격을 합한 금액에서 보증금 보상이 가능하지만 전세권 설정만 했을 경우에는 건물의 가격 기준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입신고 필요 여부도 다르다. 확정일자는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지만, 전세권설정 등기는 이사나 전입신고 이전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확정일자는 신신청일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반면 전세권설정은 신청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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