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40년 만 국가적 진실규명
경기도, 피해자 생활지원 추진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일 대표적 아동인권 침해 사건인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결론짓고 국가와 경기도 등 관련기관의 사과를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1982년 선감학원이 폐원된 지 40년 만에 내려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의 매장지에서 시굴을 진행해 원생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68개와 단추 6개를 발견했다. 이곳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한 피해 생존자 190명 중 다수가 암매장지로 지목한 곳이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생활기록부를 확보해 아동 피해 사망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존 선감학원 원아대장에는 사망자가 총 24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원아대장에 나온 4689명의 퇴소 사유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17.8%인 824명은 ‘탈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시굴에서 확인된 암매장 유해와 800명이 넘는 탈출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사망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했던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 등에 인권유린의 총체적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회견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는 "선감학원은 40년 전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입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여러 지원책이 조례에 담겼지만 피해자 4691명 대상 의료지원 사업만 진행됐을 뿐 이외 지원은 없었다. 경기도는 진실규명 결정 후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선 피해자 배·보상을 위한 선감학원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당시엔 선감학원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이후 21대 국회에선 단 한 건도 없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국회는 피해자들의 상처와 명예 회복을 위해 특별법 마련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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