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영향 계량화 최초
바른ICT硏, 연구결과 발표
행복상실 기회비용 28.9兆
코로나·1인 플랫폼 등 영향
실제 형사처벌 10% 그쳐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큰아버지 A씨는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악성 댓글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대부분은 많은 선플을 해 주셨는데 '한녀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이런 식으로 너무 가슴 아픈 악성 댓글이 한두 개씩 보이더라"며 "같이 숨 쉬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포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이 수년째 '악성 댓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성 댓글, 이정도였나…우울증 치료 등 부작용 최소 30조원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년 최소 30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부정적 영향을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악성댓글을 보았다-악성댓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악성 댓글 증가로 인한 폐해로는 불안·우울로 인한 행복 상실 기회비용이 28조9300억원가량으로 가장 컸고,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도 1조4000억~2조8200억원,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비용이 1400억~3조5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ICT연구소는 "2009년 이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대중화가 악성 댓글의 기폭제가 됐다"며 "낮은 공감능력과 자기 통제력, 현실에서의 인간관계 불만족과 스트레스, 집단동조 현상과 악성 댓글의 악영향에 대한 인식 부재 등을 이유로 악성 댓글을 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악성 댓글·사이버 모욕 더 늘었다
악성 댓글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어나고 더 집요하게 개인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바른ICT연구소는 악성 댓글이 늘어난 배경으로 ▲코로나19 시기 디지털 대전환 ▲1인 플랫폼 증가 ▲스마트 기기 확산 ▲개인 의견 작성과 공유가 자유로운 플랫폼과 사회 환경 ▲온라인상의 익명성 등을 꼽았다. 경찰청이 발표한 국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건수도 2014년 8880건에서 2020년 1만938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행법상 악성 댓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바른ICT연구소가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인터넷 이용자는 악성 댓글 문제 해결을 위해 댓글러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를 원한다고 밝힌 경우가 54.8%에 달했으나, 실제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진행한 경우는 10.3%에 그쳤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포털사업자들의 댓글 정책·제도 개선, 처벌 강화 등 법적 조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등 악성 댓글 근절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모색 됐다. 정부 측에선 최윤정 방통위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 참석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이용자 스스로가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자각하도록 유도하고 긍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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