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공급망 변화 10건 살펴보니
리사이클 원자재 중국 현지 수급 1건 제외
9건은 중국 제외한 타국가와의 공급망 전략
배터리 공급망 中 의존하던 韓
달라진 공급망 전략 눈길
특히 피치, 파이치필름 등 수입하던 소재·부품 국산화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최서윤 기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아시아경제가 주요 배터리 기업 7곳의 올해 하반기(7월 이후) 공급망 수급·공급 변화상을 살펴본 결과 전체 10건 중 중국으로부터 새롭게 배터리 핵심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받는 건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건은 LG에너지솔루션이 화유코발트와 중국 현지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추출해 원자재를 수급하는 것이다. 해당 원자재는 중국 난징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북미와 유럽·아프리카·호주 등에서 원자재를 수급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4건)이 가장 눈에 띈다. SK온은 전날 호주 ‘글로벌 리튬’과 호주 내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 정광(스포듀민·불순물을 제거한 광석)을 공급받기로 했다. 2018년 설립된 글로벌 리튬사는 현재 호주내 2개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 정광 개발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광산들의 리튬 매장량은 총 50만t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MOU 단계라 물량규모·공급시점·지역은 미정이지만 호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국가로 인플레 감축법이 규정한 전기차 보조금 제한 기준에서도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캐나다 광물기업 3곳으로부터 황산코발트 7000t, 수산화리튬 25만5000t 등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완성 배터리셀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이끌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 등 핵심 원자재를 중국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리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7월 대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6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47%, 지난해에는 59% 수준이었다. 특히 올해 대중국 리튬 수입액은 16억 1500만 달러(약 2조 319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71% 증가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원자재·부품 수급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부품·소재 국산화 노력도 최근 빛을 보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OCI와 합작법인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하고 배터리용 음극재 중간소재인 코팅용 피치를 생산하기로 하고 충남 공주시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탄소 물질인 피치는 음극재의 표면 코팅과 알루미늄 제련 공정의 바인더(결착제) 등으로 활용되는데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늘리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간 피치 소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국내 기업인 율촌화학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공급받기로 했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DNP, 쇼와덴코 등 일본 업체가 사실상 독식해온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 분야의 첫 국산화 및 양산 사례다.
이처럼 미국 인플레 감축법 시행 이후 한국 기업들의 달라진 공급망 확보 전략이 표면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급망 변화 10건 중 7건은 지난달 16일 해당 법안 시행 이후 집중돼 있었다. 중국 공급망과의 ‘거리두기’도 감지된다. 삼성SDI는 지난 22일 중국 최대 리튬기업 간펑리튬의 주식 1662만2000주(약 18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삼성SDI는 해당 매각대금을 공급망 다변화에 쓴다는 전략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공급망 변화로 우리 산업계가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일변도의 공급망은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과 함께 인플레 감축법의 세부 기준에서 한국 기업에 유리한 기준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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