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 지속가능한 먹거리 대안으로 주목
2030년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 221조원 전망
높아진 시장성에 국내 대기업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안정적 성장 위해선 육류 모방기술 등 개선 과제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최근 푸드테크 산업 안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단연 대체식품이다. 건강과 안전,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등 지속가능성을 지닌 미래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식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식품이 대안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성장 초기 단계에 진입한 국내 대체식품 시장도 소비자 저변 확대와 기업들의 투자가 맞물리면서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영국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16년 169억원에서 2020년 209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향후 2025년에는 30%가량 추가 성장해 271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2020년 294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역시 2030년 1620억 달러(약 221조 원)로 4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체식품은 식물성 원료를 가공하거나 세포를 배양해 기존 육류·해산물·유제품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맛과 식감은 유지하면서 단백질은 그대로 함유한 형태로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대체식품은 최근 식량안보 문제와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식품 추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축 등을 통해 육류를 얻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환경적·윤리적 측면에서 개선된 방식으로 여겨지면서 차세대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핵심 소비층으로 성장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과 동물 복지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대체식품 시장의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따르면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0명 중 7명은 ‘환경을 생각하는 대체육으로 식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체식품에 대한 인식이 일반 소비자층으로 확산하면서 금융자본이 대체육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체육과 관련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육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시장 선 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대체육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이고 비건 만두와 김치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떡갈비·함박스테이크·주먹밥 등 제품군을 확대하며 식물성 식품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2025년까지 관련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도 대체식품 투자에 적극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이고 식물성 슬라이스 햄 등을 시장에 내놨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강남 지역에 식물성 정육 델리를 열고 식물성 캔 햄 등 소비자 대상(B2C) 제품도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풀무원도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출시하고 대체육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지구식단은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원료만 쓴 제품군인 '식물성 지구식단'과 동물복지 원료를 사용한 치킨·닭가슴살 등의 제품 등으로 구성된 '동물복지 지구식단'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육류 중심의 제품 출시를 넘어 해산물, 달걀, 유제품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오뚜기는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를 통해 식물성 원료인 콩단백으로 만든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를 출시하며 대체 수산물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여기에 국내 참치시장 선두인 동원그룹도 최근 특허청에 식물성 대체참치 브랜드 '플랜튜나(PlanTuna)'의 상표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오뚜기와의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해산물 대체 식품 기술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지 않아 일반 해산물로 만든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상황이다.
국내 대체식품 시장은 이제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향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대체식품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실제 육류의 조직감과 맛 등 육류 특성 모방 기술에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많은 기업들이 완제품을 중심으로 대체육을 출시하고 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물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단백질 소재가 여전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식물성 조직 단백을 생산하는 업체도 거의 없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관련 기술의 수준도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다. 조 연구원은 “현재 많은 기업은 수입된 원천 소재와 기술을 단순 배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제품 개발과 원활한 공급을 위해선 지금보다 식육모방 기술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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