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교통사고 4년만에 15배 급증
안전 규정 위반 지난해 7만566건
도심 곳곳 방치된 킥보드도 '골치'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단거리를 이동할 때 시민들이 즐겨찾는 전동 킥보드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잇따른 안전사고와 무분별한 방치 등으로 서민의 발에서 도로의 ‘민폐’가 됐다.
25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으로 4년 만에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매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킥보드 이용자의 헬맷 착용과 운전면허증 보유를 의무화 등 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지난해부터 강화됐지만, 관련 사고는 여전히 증가세에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올 상반기에만 11명에 이른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는 킥보드를 타고 심야에 역주행을 한 고교생 두 명이 마주오던 SUV 차량과 충돌, 전신골절을 당해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지난달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타던 50대 남성이 넘어져 다친 후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음주운전, 승차 정원 초과 등 안전 규정 위반도 빈번하다. 지난해 경찰의 개인형 이동장치 단속 적발 건수는 7만 56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0%가 넘는 5만 8580건이 안전모 미착용이었다.
지난 6월 광주에서는 면허 없이 공유 전동 킥보드를 몰다 행인을 치어 다치게 한 중학생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 중학생은 타인 명의로 공유 킥보드를 빌린 뒤, 또래 친구를 뒤에 태우기까지 했다.
도심 곳곳에 방치된 킥보드들도 골칫거리다.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나 주차장에 제멋대로 주차된 킥보드들이 시민들 통행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 위를 킥보드들이 점령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강원도 원주시는 이번 달부터 방치 킥보드 신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무단 방치된 킥보드를 신고하면 원주시가 킥보드의 위치를 확인해 해당 업체에 이동 조치 명령을 내리고, 2시간 안에 조치가 안 되면 킥보드를 견인한다. 이때 드는 비용 1만6000원은 해당 업체에 청구하는 형태다. 서울시도 주차공간 외 킥보드에 대해 사설업체가 견인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면 한 칸을 차지한 킥보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입주민이 주차면에 킥보드를 세워 놓은 채 ‘임의 이동 시 법적 조치함. 재물손괴 고발(고소의 잘못으로 보임)예정’이라는 메모를 붙여 놓은 것. 다른 입주민들은 주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알박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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