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무책임-불투명성한 게 더 문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의 대형 우주쓰레기가 31일(이하 한국시간) 지표로 추락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피해 확률이 희박하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문제를 초래한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언제 어디로 추락할 지 누구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도록 방치하는 등 무책임하고 폐쇄적으로 행동해 다른 나라들을 쓸데없이 불안에 떨게 한다는 것이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4일 우주정거장 모듈 발사를 위해 사용했던 창정5B 로켓의 상단부가 31일 오전 3시 전후에 대기권에 재진입할 전망이다. 무게 20t, 길이 31m, 직경 5m로 추정되는 대형 우주쓰레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위험감시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이 이 물체의 궤적을 추적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26일부터 천문연과 함께 로켓 잔해의 한반도 추락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한 우주감시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로켓 잔해가 대기권 진입시 불타 버리도록 설계돼 있다며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이 로켓 추진체는 재진입 과정에서 대부분 타버리고 파괴되도록 특수 설계됐다"며 "지상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형 우주쓰레기의 경우 20~40%가 대기권 재진입 후에도 타버리지 않는 만큼 이번에도 최소 5~9t의 파편이 남아 지표면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20년 5월 이번과 동일한 창정5B호 로켓의 잔해가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채 대서양에 추락한 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해변에서 발견된 바 있다. 올해 4~5월에는 인도 서부의 농촌 지역에 각각 중국산 로켓 잔해로 추정되는 우주쓰레기가 추락해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적이 있다.
문제는 누구도 이번 창정5B 로켓의 잔해가 언제 어디로 추락할 지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궤도 추적 결과로는 대략적인 시간과 북위 41~남위41도 사이의 지구 어느 곳에 추락할 것이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다. 이 로켓은 현재 지구 궤도를 시속 2만74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는 상태다. 대기권 상층부의 밀도가 시시때때로 변하고 날씨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조나단 맥도웰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대기 밀도와 날씨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로켓 잔해가 언제 어떻게 대기권에 재진입한다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창정5B로켓의 상단부의 움직임이 불규칙하기도 하다. 매튜 슈페 레오랩스 선임 국장은 "로켓 잔해가 지속적으로 다양한 힘을 받아 옆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떻게 돌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예상 경로를) 정확히 모델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켓의 잔해가 지표에 추락할 것이 확실하지만, 피해 확률은 희박하다. 일단 지표의 70%가 바다인 데다 설사 육지에 떨어진다고 해도 사람이 살지 않는 곳도 많다. 테드 뮬하으푸트 미 항공우주연구소 연구원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99.5%"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든지 이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을 향한 비판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궤도 로켓 발사 당국들은 이같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발사 설계 과정에서 로켓 잔해들이 이륙 직후 곧바로 바다나 인구가 없는 안전한 곳으로 추락하도록 한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처럼 첨단 기술을 이용해 추력을 조절, 안전하게 예정된 장소로 착륙시켜 재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창정5B로켓은 위성과 우주정거장 모듈 등 수송 물체를 궤도에 올린 후 상단부가 어떤 통제도 없이 대기권을 떠돌다가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도록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 당국의 이같은 무책임함과 함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타국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실제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지난해 5월 "우주 발사체를 쏜 국가들은 잔해의 대기권 재진시 인명과 재산에 끼칠 수 있는 위협을 최소화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자신들의 우주 쓰레기와 관련해 책임있는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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