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반도체 특위 '산업 및 인력양성 방안' 특별강연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칩4동맹'에 (가입)하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2020년부터 2년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39조원에서 377조원으로 느는 동안 TSMC는 348조원에서 518조원으로 늘었다. 미국과 기술 동맹을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한국은 안보, 외교 모두 어려워진다."(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
"2010~2011년 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직을 수행할 때 디스플레이 관련 5개 과목 수업을 운영했고 3과목에서 B학점 이상 받은 학생에게 삼성·LG디스플레이에서 취업 시 혜택을 줬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반도체 전공자에게 취업 혜택을 주도록 15~20개의 반도체 과목 체계를 만들어 10개 이상 이수토록 해야 한다. 물론 입법, 행정규제는 안 된다."(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칩4 동맹'에 조속히 가입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의 우수 엔지니어 입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에 15개 이상의 '반도체 학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국회 반도체산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반도체 산업 및 인력양성 방안'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양 의원과 권 회장을 비롯해 송석준 부위원장(국민의힘 의원),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인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동문 삼성디스플레이 고문,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등 위원이 참석했다.
양 위원장은 강연에서 한국이 조속히 '칩4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개별 기업 경쟁뿐 아니라 국가 안보 고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는 필수라고 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양원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52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주는 내용의 법안에 이들 국가가 중국에 10년간 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에 다음 달 말까지 '칩4 동맹'에 가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양 위원장은 "나스닥에 상장된 100조원 이상 기업이 한국엔 삼성전자뿐"이라며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전자 시총이 339조원에서 377조원으로 늘 동안 TSMC는 348조원에서 518조원, 애플은 1906조원에서 2500여조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의 힘은 반도체에서 나오고 미국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모두 쥐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정전, 지진 등 떄문에 TSMC만으로는 불안하며 대안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권 회장은 신규 인력 양성, 인재 유출 방지 전략을 동시에 제시했다. 우선 대학교에 15~20개의 반도체 관련 과목을 만들고 10 과목 이상 수료하면 '반도체 학과 수료증'을 주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이들을 채용할 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 방식을 적용해 주요 과목 중 3개를 수료하고 B학점만 받으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취업 때 혜택을 줬다고 소개했다.
권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까지 반도체 업계에 최소 5500명의 석박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 기자재 예산 확충, 소재·부품·장비 교육 지원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초중고등학교 뿌리교육부터 반도체에 꼭 필요한 물리와 수학 미적분을 가르치도록 하고 15~20개의 반도체 과목을 개설해 이 중 10과목 이상 들은 학생에게 '수료증'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인재 유출 방지 해법으로는 기업이 우수 엔지니어의 급여 공개를 금하도록 권유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급여 인상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책을 고민토록 하되 정부와 정치권 등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권 회장의 시각이다. 권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박사 제자들을 보면 한국 기업에서는 석사급이 해도 되는 일을 시키고, 수석연구원을 해도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생겨서 미국으로 떠난 경우가 많다"며 "자기 연봉이 공개되도록 허용하는 (기업) 인사 시스템으로는 재능 있는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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