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양자회담 가질 것"…지지율 30%대 급락
석유 증산 대가로 안보보장 요구…"방공망 강화 논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중동 순방 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대면회담을 한다고 백악관이 공식화하면서 미국 안팎에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 때부터 외교의 기본원칙으로 내세운 ‘인권’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치솟는 국제 유가를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증산 약속을 반드시 받아와야할 상황에 놓였다. 중동국가들이 이를 대가로 안보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주 중동 순방 중 살만 빈 알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및 지도부와 양자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사우디 지도부에 속해있기 때문에 양자회담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안팎에서 큰 논란에 휩싸여온 바이든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의 대면회담을 백악관이 공식 선언한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였던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후 미국 민주당과 주요 지지층들의 표적이 돼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후보일 당시 빈살만 왕세자를 "파리야(Pariah)로 만들겠다"며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파리야는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하위 계급인 불가촉천민을 뜻하는 말로,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것은 40년만에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지지율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5일 미국 몬머스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하며 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우디와 중동국가들로부터 최대한 석유증산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국가들 중 현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여력을 갖고 있다. 양국이 최대 증산에 나설 경우 하루 325만배럴의 석유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당 수치는 대러제재로 줄어든 러시아산 석유량을 대체할 만한 규모다.
중동 국가들은 증산의 조건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핵개발과 관련한 안보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에 방공망 설치와 군사원조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조정관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 중에 중동국가들의 이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공망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공망 통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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