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엔 한때 국내 거주 외국인 규모가 250만명에 육박했던 적도 있습니다. 200만명은 오히려 줄어든 규모죠. 최근엔 송금을 넘어 장기 체류 외국인을 중심으로 전·월세 자금 마련, 주택구입 등 다방면의 금융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상품, 서비스개발에 나서는 이유죠."(시중은행 외환사업담당)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기존 고용허가제 아래 입국한 외국인을 위한 송금서비스도 고도화되고 있고, 한편으론 금융수요가 늘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예금, 대출 등 금융상품과 관련 서비스들도 늘고 있다.
1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201만2862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때 200만명대 아래로 줄었던 외국인들이 엔데믹화(풍토병화)에 따라 '리턴'하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뉴 코리안드림'
201만명이란 인구 규모는 시중은행으로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구로는 특별시?광역시와 비교하면 서울, 부산, 인천, 대구에 이은 5위권에 해당하고, 200만~300만좌 수준인 시중은행 주거래계좌의 수와도 맞먹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시중은행의 주거래통장은 200만~300만좌 수준"이라면서 "물론 급여 수준도 다르고 상당 액수가 해외에 송금된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시중은행 규모의 고객군이 된 셈"이라고 밝혔다.
◆진화하는 송금서비스…전용 앱까지
그런만큼 시중은행들도 외국인 대상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우선 송금은 국내 체류 외국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금융서비스 중 하나다. 등록외국인 100여만명 중 비전문취업(21만여명), 방문취업(11만여명) 등의 비중이 상당한 만큼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본국에 있는 가족·친인척에게 송금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이민자체류실태고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중 한국 외 국가에 거주하는 가족·친인척에게 송금하고 있는 이들의 비중은 35.4%에 달했고 또 이들 중 연간 해외 송금 횟수가 12회 이상인 경우는 22.2%에 이르렀다. 연간 1000만여건에 이르는 외국인 해외 송금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송금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아시아 20여개국을 대상으로 금액과 무관하게 1000원의 수수료로 달러화 송금이 가능한 'KB 원아시아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외 우리은행은 ▲다이렉트 해외송금 ▲우리글로벌퀵송금 ▲우리은련퀵송금 등 다양한 송금서비스를 갖췄다.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해외송금 전용 예금통장 이지원(Easy one)은 물론 '하나 이지(Hana EZ)'란 외국인 해외송금 전용 앱을 운영 중이다. 이 앱에선 소요시간 예측, 실시간 상황 조회 뿐 아니라 오픈뱅킹 서비스도 가능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전용 금융상품·서비스로 진화
시중은행들은 송금 뿐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예금·대출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반 예·적금, 대출상품도 대부분 내국인과 동일하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거주 사정에 알맞는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취지에서다.
신한은행의 경우 외국인 전용상품인 '신한 더드림 적금', '더드림 전세대출'을 운용 중이다. 더드림 적금의 경우 12개월 만기 상품으로, 만기시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 특성을 감안해 자동송금 서비스를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더드림 전세대출 역시 보증보험으로 고객의 신용위험을 담보하고, 권리보험으로 임대차계약상의 위험도 헷지한 상품이다.
KB국민은행도 'KB 웰컴 플러스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의 더드림 전세대출처럼 고객에게 최고 2억원(임차보증금의 80% 이내) 이내에서 신규 임차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최근 들어선 인터넷전문은행도 외국인 전용 금융상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비대면 뱅킹서비스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지점을 직접 방문해 통장을 개설해야 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내국인처럼 비대면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최근 2%대(1억원 초과시 0.1%) 금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 등도 내국인처럼 이용할 수 있다.
◆특화 점포·서비스도 진화중…규제 장벽 아쉬움도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밀집한 서울 구로구 대림동,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등에 특화 점포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우리은행은 안산에 외국인 전용 '안산외국인금융센터'를 마련하는 한편, 김해·의정부·광희동·발안금융센터와 광적지점에선 일요일을 외국인 특화업무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해당 영업점 내엔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외국인 직원이 근무하면서 현지어로 상담을 진행한다. 이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안산 원곡동에 각각 외환송금센터와 외환센터를 외국인 특화점포로 두고 있으며, 하나은행 역시 등록외국인이나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16개 일요일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비대면화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쏠 글로벌(SOL Global)은 16개국 언어로 서비스 되는 외국인 전용 비대면 플랫폼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편의를 위해 무방문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조회, 이체, 해외송금, 공과금 납부 등도 진행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외국인 전용 앱 '우리글로벌뱅킹'을 총 10개국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각 은행이 지점망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의 비대면 관련 규제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이 축소되면서 비대면 금융거래 니즈가 크게 늘고 있지만 외국인을 위한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가 없어 외국인의 금융거래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양한 상품의 비대면 계좌개설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