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팩 손상 시 섭씨 800도까지 치솟아
화재사고 발생 多… 인명피해 우려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충돌사고 뒤 폐차장에 방치됐던 테슬라 차량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압에 나섰다.
최근 주요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코드로바의 한 폐차장에 3주간 보관돼있던 테슬라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새크라멘토 메트로폴리탄 소방관들이 폐차장에 도착했을 땐 테슬라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불을 끄려고 물을 퍼부을 때마다 배터리가 재점화됐다.
결국 소방관들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채워 테슬라 배터리를 통째로 침수시키는 방법으로 불을 끌 수 있었다. 불을 끄는데 4500갤런(약 1만7000리터)의 물이 사용됐고, 이는 불붙은 건물 한 채를 진화하는 데 쓰이는 정도의 양이다.
소방 당국은 해당 차량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약 3주간 이 폐차장에 방치됐다고 밝혔다. 소방서 대변인 파커 월번은 "폐차장서 방치된 채로 자연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테슬라 배터리는 리튬이온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위험이 더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이 빠르지만 불이 날 경우 온도가 급상승한다.
테슬라의 긴급 대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세단인 모델S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에 직접 물을 뿌려 불을 끄는 데 24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1만1000∼3만리터에 이르는 물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와는 다르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같은 독성 가스를 포함한 유기화학물질이 다수 발생해 일반 화재보다 위험하다.
특히 전기차 화재로 우려되는 건 배터리 '열폭주'다.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섭씨 800도까지 치솟으며 불이 번진다. 이럴 땐 화재 진압이 어려워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오후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도 현대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직전 도로 분리벽과 충격 흡수대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불이 나 화재 7시간여 만인 다음날 오전 6시 이후에야 겨우 불길을 잡았다.
당시 소방당국도 차 주변에 가벽을 세워 임시 수조를 만든 뒤 물을 쏟아부어 배터리를 물에 잠기게 해 불길을 잡았지만, 불은 충돌 3초 만에 차를 집어삼켜 운전자와 동승자가 목숨을 잃었다.
2020년 12월 캘리포니아 샌라몬에서도 차고에 주차된 두 대의 테슬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집이 전소된 바 있다.
아울러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의 차량도 이달 세 차례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중국 광동성 주해시에서 발생한 BYD 전기차 '송'은 차량 뼈대에 연기가 난 뒤 경찰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이 차량 전체로 번졌고 차량이 폭발한 뒤 화재로 뒤덮였다.
같은 날 광동성 포산시에서는 BYD '진' 차량이 화재가 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지난 6일에도 광시좡족자치구 구이강시에서 BYD 전기차에 불이 붙었고, 소방차가 화재 진화를 하느라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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