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립연구원 연구팀, 나이테 분석해 스트라디바리 '스승' 찾아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7세기 이탈리아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악기들은 특정 음역대의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며 개당 최소 수백만달러의 몸값에 팔린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스트라디바리의 명품 악기를 분석한 결과 그가 동시대 또 다른 악기 명장의 제자였음을 시사하는 증거를 찾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연구원 연구팀은 지난달 나무 관련 국제학술지 '덴드로크로놀로지아(Dendrochronologia)'에 이같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스트라디바리가 젊은 시절 자신보다 40살 많았던 동시대의 유명한 악기장인 니콜라 아마티의 사사를 받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스트라디바리는 17~18세기 동안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음색을 지닌 뛰어난 악기들을 만들어 내 여태까지도 세계 최고의 악기 명장으로 첫 손에 꼽힌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작품은 약 600개 정도 되는 데 최근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한 작품이 2000만달러에 팔렸을 정도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자연스레 스트라디바리의 그 뛰어난 재주가 어디에서 나왔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일각에선 17세 중반 같은 지역에서 활동했던 악기장인 니콜라 아마티에게서 배웠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었다. 둘다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크레모네에서 살았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또 스트라디바리우가 제작한 한 바이올린에서 '니콜라 아마티의 동문이자 크레모나 사람인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666년에 만들었다'(Antonius Stradiuarius Cremonensis Alumnus Nicolaij Amati, Faciebat Anno 1666.)는 라벨이 발견된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쳐 주는 증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여태까지 두 사람이 사제 관계였는지를 확인해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박물관에 보관된 스트라디바리의 1681년작 소형 하프를 분석했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하프의 원자재인 가문비나무 공명판에서 157개의 나이테를 촬영해 줄 간격을 정확히 측정했다. 이어 이 하프의 나이테 촬영 결과를 다른 악기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600개 이상의 악기들의 나이테 사진을 찍어 비교한 끝에 딱 1개의 악기에서 이 하프와 정확히 분포가 일치하는 나이테를 발견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스트라디바리의 '스승설'이 돌고 있는 니콜라 아마티가 1679년 제작한 첼로였다. 마우로 베르나베이 연구팀장은 "나이테 무늬가 정확하게 일치했으며, 그것은 누군가가 트렁크를 두 조각으로 나눈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NYT는 "아마티의 첼로 제작에 사용된 나무와 같은 재료로 스트라디바리가 하프를 만들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연구팀은 두 장인이 작업실을 공유했으며, 선배인 아마티가 젊은 스트라디바리를 지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두 사람이 같은 지역에 살았으며 우연히 동일한 나무를 재료로 악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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