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기피하고 출근, 자가격리 이탈하고 영업에 '우려'
엄중식 교수 "방역 완화했다고 격리 안 해도 되는 것 아냐"
"후유증 심한 경우 드물게 있어, 방역 원칙 꼭 지켜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최근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세가 나타나도 자가 격리하지 않고 출근을 하거나 외부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걸렸을 정도로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한데다, 확진되더라도 방역 당국의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격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끼고도 회사에 출근하는 동료가 있다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동료 직원이 이틀 정도 목이 아프다며 기침을 하곤 했는데, 자가키트는 음성이 나왔다면서 계속 출근을 했다"며 "그 상태로 이틀을 더 버티다 결국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지난주에 PCR 검사를 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같이 밥을 먹거나 가까이 접촉하지는 않았는데, 그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은 다른 동료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며 "치명률이 낮아지고 확진 돼도 금방 낫는다곤 하지만 경각심이 이전보단 느슨해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코로나19 검사를 기피하다 회사 직원들이 줄줄이 감염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직원 2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 누리꾼은 "(한 직원이) 지난주 월요일부터 기침하더니 목요일 근무 중 식은땀을 흘리고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도 코로나는 아니라고 하더라"며 "결국 병원에 갔는데 양성이었다. 이후 나머지 직원들이 줄줄 확진됐고, 저도 양성이 나와 격리 1일째"라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출근을 요구하는 직장도 있다. 인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씨(28)는 "동료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격리기간 일주일을 다 채우지 않고 출근을 했다"며 "물어보니 회사에서 증상이 없으면 출근해도 된다는 식으로 눈치를 줘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자가격리 기간 가게 문을 닫는 것에 부담을 느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모씨(29)는 "지인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의심 증상이 있고 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운영을 계속했다"며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가격리를 피하기 위해, 또는 직장 내 업무 공백이나 생계 등을 이유로 외부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을 제외한 일반관리군 환자는 별도의 모니터링 없이 재택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확진자가 격리에서 이탈하더라도 사실상 제재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후유증 위험도가 높다며 개인 방역을 거듭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 증상이 있음에도 검사를 안 한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온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이 환자는 입원도 어렵다. 이런 예상치 않은 상황에 대해 대응이 어려워진다"며 "아무리 건강한 연령의 특별한 병이 없어도 의심 증상이 있는데 검사를 받지 않거나 격리 중 이탈하는 것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상 회복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있지만, 그게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받거나 격리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감염병 유행 상황 나빠질 뿐 아니라 누군가를 감염시켜 피해를 줄 수 있다. 검사를 피해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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