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 이후 보수진영 일각서 '사전투표 조작설' 꾸준히 제기
윤석열·이준석도 사전투표 독려하려다 '부정선거 음모론' 언급
전문가 "근거 없는 음모론은 무책임"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야권발 '부정선거 음모론'이 연거푸 제기되고 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사전투표 자체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보수진영 일부 인사와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정부가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거나 부정한 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은 선거 불신만 낳을 공산이 큰 만큼 섣부른 '부정선거' 언급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1일 '사전투표 방해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철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도장이 각각 다른 위치에 찍힌 두 장의 투표용지 사진을 공유하면서 "부정선거 우려된다고 불안감 조장에서 사전투표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왼쪽 사진은 보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막으려는 세력에(게)서 어설프게 위조한 투표용지라 '투'라는 글자와 '표'라는 글자를 덮게 도장을 찍어놨다"며 "정말 저열하다.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유한 사진 속 오른쪽 투표 용지에는 선관위 도장이 '투표' 글자 위에 찍혀있지만 왼쪽 투표 용지에는 '표' 글자 위에만 도장이 찍혀있다.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가짜 투표용지가 있으며, 사전투표를 방해하는 세력이 이를 퍼뜨려 선거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진은 조작된 게 아닌 재외선거 투표소에서 사용된 실제 투표용지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대표 앞선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호주 소재 재외투표소에서 투표지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선거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기사와 함께 "아까 올렸던 투표용지는 재외선거 투표용지였다고 한다"고 정정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처럼 사전투표를 강조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동해시 천곡회전교차로 유세에서 "선거 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이 나온다고 (정부가) 발표해서 당일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를 조작할 수 있음은 물론 이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이다.
야권발 '부정선거' 논란은 지난 4·15 총선 이후 계속돼왔다. 다만 사전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음모론을 제기한 이 대표와 윤 후보와는 다르게 앞선 '부정선거' 논란은 사전투표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전투표 용지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등의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하며 선거 불신을 부추겼다.
결국 선관위는 1일 사전투표 조작설을 투표 참여에 방해한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두 사람이 신문광고와 집회·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부정선거를 위한 선관위 비밀 임시사무소 설치 ▲사전투표용지에 불법 도장 사용과 법적 근거 없는 QR코드 사용 ▲투표지분류기의 외부 인터넷망 연결 등을 유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들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선관위가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준비 중이므로 사전투표를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광고를 주요 일간신문에 계속·반복적으로 게재했다"며 "유권자들로 하여금 사전투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거나, 사전투표를 하는 데 지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근거가 빈약한 음모론 제기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안 없이 부정선거만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의혹만 언급할 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설명해야한다. 지금과 같은 음모론 제기는 헛발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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