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W포럼]프로파간다에 휘둘리는 인터넷 규제입법

시계아이콘01분 32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W포럼]프로파간다에 휘둘리는 인터넷 규제입법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AD


최근 ‘N번방 방지법’(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입법 당시 논란이 됐던 법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첫째, 검열 문제다.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오픈채팅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동영상과 이미지에 대해 정부가 정한 알고리즘과 구축 DB(데이터베이스)에 따라 불법 촬영물인지 살펴보는 필터링을 도입했다. 사실상 불법적 요소가 전혀 없는 온라인 공간조차도 국민들이 어떤 표현들을 공유하는지 일일이 검열하는 것이다.


둘째, 실효성 문제다. 실제 이 법이 만들어진 원인을 제공했던 텔레그램, 디스코드와 같은 해외 메신저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이미 제기됐지만 입법자들이 간과한 문제다. 아마 다음에 발생할 여파는 사이버 망명일 것이다. 국내 이용자들은 자신이 올린 동영상과 이미지가 불필요하게 제약되는 온라인 공간보다 제약이 없는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 검열이라는 거창한 논쟁과 별도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용자의 기본적 이용행태다. 결국 N번방 사태를 막기보다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사업자만 또 다시 고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N번방법 못지않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은 상생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하는 관계다.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으면 결국 중소상공인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온플법은 이러한 상황을 간과한 채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을 갑을 갈등 관계로 고착시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픈마켓,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숙박앱, 부동산앱 등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 중 74.1%는 2020년 연 매출액에서 절반 이상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7.7%는 5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중개 수수료가 부담된다는 응답이 71.3%로 높게 나왔으나 수수료 인하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 시장의 원리에 맞게 플랫폼 경쟁을 활성화 시켜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온플법이 시행된다고 중소상공인의 지위가 얼마만큼 개선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오히려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돼 중소상공인은 입점 플랫폼을 잃게 되거나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더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입법 추진의 이면에는 안타깝게도 ‘갈등 조장 프로파간다’가 내재돼 있다. 프로파간다가 위험한 이유는 극단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반대의견을 배척함으로써 합리적 토론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N번방 방지법의 내용에 대한 비판은 마치 N번방 같은 불법 서비스에 동조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온플법도 중소상공인을 대변하면서 공정을 표방해 이를 비판하는 자는 마치 플랫폼 대기업의 하수꾼으로 간주된다.


최근 국회에서 제안되고 있는 ‘넷플릭스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에 대한 비판 혹은 반대는 마치 해외기업의 파렴치한 국내 인터넷망 사용에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방식으로 입법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 법은 갈등의 심화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입법자들의 얄팍한 프로파간다가 사회에 통용되는 순간 그 사회는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인터넷 규제에 대한 기본방향을 보여주는 공약들이 나올 시기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은 프로파간다의 입법형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AD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