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번방 방지법’(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입법 당시 논란이 됐던 법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첫째, 검열 문제다.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오픈채팅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동영상과 이미지에 대해 정부가 정한 알고리즘과 구축 DB(데이터베이스)에 따라 불법 촬영물인지 살펴보는 필터링을 도입했다. 사실상 불법적 요소가 전혀 없는 온라인 공간조차도 국민들이 어떤 표현들을 공유하는지 일일이 검열하는 것이다.
둘째, 실효성 문제다. 실제 이 법이 만들어진 원인을 제공했던 텔레그램, 디스코드와 같은 해외 메신저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이미 제기됐지만 입법자들이 간과한 문제다. 아마 다음에 발생할 여파는 사이버 망명일 것이다. 국내 이용자들은 자신이 올린 동영상과 이미지가 불필요하게 제약되는 온라인 공간보다 제약이 없는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 검열이라는 거창한 논쟁과 별도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용자의 기본적 이용행태다. 결국 N번방 사태를 막기보다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사업자만 또 다시 고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N번방법 못지않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은 상생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하는 관계다.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으면 결국 중소상공인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온플법은 이러한 상황을 간과한 채 플랫폼과 중소상공인을 갑을 갈등 관계로 고착시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픈마켓,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숙박앱, 부동산앱 등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 중 74.1%는 2020년 연 매출액에서 절반 이상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7.7%는 5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중개 수수료가 부담된다는 응답이 71.3%로 높게 나왔으나 수수료 인하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 시장의 원리에 맞게 플랫폼 경쟁을 활성화 시켜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온플법이 시행된다고 중소상공인의 지위가 얼마만큼 개선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오히려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돼 중소상공인은 입점 플랫폼을 잃게 되거나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더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입법 추진의 이면에는 안타깝게도 ‘갈등 조장 프로파간다’가 내재돼 있다. 프로파간다가 위험한 이유는 극단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반대의견을 배척함으로써 합리적 토론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N번방 방지법의 내용에 대한 비판은 마치 N번방 같은 불법 서비스에 동조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온플법도 중소상공인을 대변하면서 공정을 표방해 이를 비판하는 자는 마치 플랫폼 대기업의 하수꾼으로 간주된다.
최근 국회에서 제안되고 있는 ‘넷플릭스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에 대한 비판 혹은 반대는 마치 해외기업의 파렴치한 국내 인터넷망 사용에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방식으로 입법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 법은 갈등의 심화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입법자들의 얄팍한 프로파간다가 사회에 통용되는 순간 그 사회는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인터넷 규제에 대한 기본방향을 보여주는 공약들이 나올 시기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은 프로파간다의 입법형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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