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들 배달료 인상 요구에 자영업자·소비자 '울상'
"기본배달료는 7년째 3000원…자영업자·소비자 인상 부담 없을 것"
배민 측 "현재 배민 라이더의 배달료는 업계 최고 수준"
전문가 "경제상황 열악…'인상 요구' 적절성에 대한 물음 나올 수밖에 없어"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배달료 또 오른다고? 배보다 배꼽이 크겠다.", "좀 불편해도 이제 포장해다 먹어야겠네요."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들이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자 자영업자 및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7년째 동결된 기본 배달료를 인상해 라이더들의 기본 생활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배민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7년간 65% 올랐으나 기본배달료는 여전히 3000원"이라며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음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9월부터 8번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사측과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할 시 오는 23일 배민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추후 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식을 접한 자영업자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0대)는 "코로나로 배달이 많이 늘었잖나. 배달료가 비싸면 8000원까지도 나와서 저번부터 배달료를 1000원 올렸다. 배달료가 여기서 더 오르면 진짜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비자들도 배달료 인상에는 부정적인 반응 보이고 있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혼자 자취를 하다보니 배달음식을 자주 먹게 되는데 항상 배달료가 부담스럽다"며 "배달료가 3000원은 이제 우스울 지경이고, 5000~6000원도 나오는데 여기서 더 오른다고 생각하면 이제 배달을 못 먹을 것 같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고 기본배달료를 올린다면 자영업자·소비자에게 가는 인상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지회 측은 "자영업자에게 5000원의 배달료을 받고 (배달거리가) 3㎞가 넘어가면 8000원을 받는데, 저희의 기본배달료는 3000원이다. 그러면 2000원 혹은 5000원이 남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남는 금액으로 사측에선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의 주장은 배달료를 올리자는 게 아니다. 배달료인 5000원, 8000원 금액 내에서 프로모션 대신 기본배달료의 비율을 올리자는 것"이라며 "결국 자영업자소비자들은 현행과 똑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인상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례가 언론·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라이더 연봉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지회 측은 "월에 몇백만원, 1000만원씩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위 0.1% 수준이다. 그렇게 벌려면 밥도 안 먹고 하루 15시간을 한달 내내, 365일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라이더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크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20·30대의 경우 오토바이 보험료가 1년에 7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도 나오고, 거기에 기름값, 유지비, 밥값까지 포함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일을 많이 하다보면 오토바이 2~3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배민 측은 이날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배민 라이더의 배달료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 단체협상에서 이미 라이더가 내는 배차 중계 수수료를 폐지한 바 있다"면서 "전체 라이더 중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입자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올해 몇 차례 파업이 있었는데 배달 현장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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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상황이 몹시 열악하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는 코로나로 힘들고, 소비자들은 물가 인상으로 배달료를 부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모두가 힘든 현 상황에서 배달료 인상 요구가 적절하냐, 라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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