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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견딘 노점상, 재료값 인상에 "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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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컵밥거리 새해부터 가격 인상
물가 더는 못 버텨 500원씩 올리기로
토스트 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팥·식용유 가격 대폭 오른 붕어빵
장사 접거나 전업 상인 늘어
붕어빵 찾는 앱까지 등장하기도

코로나도 견딘 노점상, 재료값 인상에 "답 없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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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식재료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하며 길거리 음식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3000원 컵밥, 2000원 토스트, 1000원 붕어빵은 이제 옛말이다. 컵밥 한 그릇에 몇 가지 재료를 담으면 5000원이 훌쩍 넘고 야채 토스트에 햄 한 장 넣으면 3000원이 넘는다. 겨울철 대표 간식이던 붕어빵은 원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고 있다.


코로나도 견딘 노점상, 재료값 인상에 "답 없다"

컵밥 3500원, 토스트 3000원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를 찾았다. 한파와 미세먼지가 잠시 물러선 화창한 오후지만 컵밥거리에는 오가는 인파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지만 이들 상인들은 한 그릇에 3000원이라는 가격을 지켜왔다. 하지만 물가에는 버티기 어려웠다. 컵밥거리의 모든 메뉴 가격은 새해부터 500원씩 인상된다. 상인들은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수험생 고객을 위해 가격을 동결해왔지만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에 이은 식재료 물가 폭등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컵밥 장사를 하는 강미연씨(61·가명)는 "컵밥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날치알은 한 봉지에 1만원 조금 넘던 게 지금은 2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강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거리에 사람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식재료 물가는 무서울 정도로 올라 상인들 모두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결론 내려 다음 달부터 500원씩 똑같이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컵밥의 주요 재료인 쌀, 햄, 계란 등의 가격은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쌀은 20㎏ 기준 소매가가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6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7월에는 CJ제일제당이 스팸 등 햄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으며, 계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1년이 넘도록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컵밥뿐만이 아니다. 길거리 음식 대부분이 가격을 올리거나 사라지고 있다. 아침 출근길이나 등굣길 가볍게 아침밥을 대신해줬던 토스트는 최근 500원, 1000원씩 가격이 올랐다. 기존 2500원에 판매하던 토스트들은 더 이상 찾기가 힘들어졌다. 밀과 팜유 등 국제 곡물 가격이 1년 사이 절반에서 많게는 두 배가량 뛰면서 빵과 식용유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야채 토스트에 계란과 함께 넣던 양배추, 양상추, 양파 가격도 급등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


을지로3가에서 토스트 노점을 운영하는 박순복씨(72·가명)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내가 좀 더 일을 해서라도 버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오르는 물가는 내가 잡을 수도 없고, 팔수록 손해가 나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가부담에 길거리 간식 사라져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간식을 제공하는 노점상들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특성에 시민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었고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며 결국 장사를 접고 있다. 대표 사례가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다. 붕어빵 팥소에 쓰는 수입 팥(40㎏) 도매 가격은 25만원대로 작년보다 17%가 올랐고, 업소용 식용유(18ℓ) 가격은 올해 초 2만원가량이었으나, 현재 4만원가량으로 가격이 2배로 뛰었다.


과거 1000원에 많게는 5개까지 판매하던 붕어빵을 최근 2개로 줄였지만,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최근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이 되자 아예 장사를 접거나 전업하는 붕어빵 상인이 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붕어빵이 자취를 감추자 최근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인 ‘가슴속3천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구글 맵에도 ‘대동풀빵여지도’ 등 사용자들이 추억의 간식들을 파는 곳들을 점찍어 공유하고 있지만 정작 가보면 더 이상 영업을 안 하는 곳이 상당수다. 붕어빵과 함께 타코야키, 계란빵, 호떡 등 대문만 나서면 손쉽게 볼 수 있던 가게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재료 값이 급등한 이들 간식들은 더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등록 거리가게(노점) 수는 최근 5년 사이 20% 사라졌다. 2016년 7718곳이던 거리가게는 매년 줄어 2020년에는 6079곳으로 21.2% 감소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 영향으로 노점상 수가 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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