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올해 급증한 상장사의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가 국내 증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액이 1분기 6조9830억원, 2분기 3조4210억원, 3분기 3조104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F&F홀딩스(1조2121억원), 흥아해운(1조1715억원) 등을 포함해 전분기와 비교하면 9%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의미가 다르다. 지난해 3분기 2조8570억원과 비교하면 9%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역시 1조250억원, 1조1070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4분기에는 전통적인 증자의 계절로, 규모가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번주에만 총 7개 기업의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새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이 중 신주 발행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월 중순 운용자금과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액 확정과 청약 등을 거쳐 오는 19일 신주가 유통된다. 주당 발행가격 5130원에 2억5000주를 모집, 총 1조2800억원을 조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자본조달액은 최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4조2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 외에도 올해 IPO 시장 역시 역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04개사(스팩·리츠 포함)로 이들의 총 공모액은 20조12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7개사가 16조8694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87개사가 약 3조2586억원을 IPO로 조달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전체 공모액(5조9355억원·95개사)의 3.4배 규모이고, 종전 역대 최대였던 2010년(10조1453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460억원),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크래프톤(4조3098억원),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등 ‘공모주 최대어’가 대거 입성한 영향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내내 이어진 크고 작은 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주식 수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대규모 IPO와 유증으로 인한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이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가 과거 대비 높은 레벨을 유지하면서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이 늘었다"며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수급이라고 지적한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와 IPO 등으로 주식의 공급이 늘면 시가총액 증가율이 지수 등락률보다 높다"면서 "작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등락률과 시가총액 증감률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지수가 3.3% 오르는 동안 시가총액은 10.9%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지수 등락률과 시총 증감률은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IPO가 여전히 대기 중으로, 수급 부담은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