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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화폐 거래, 왜 그림에 비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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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화폐 거래, 왜 그림에 비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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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 해줘야 한다."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른답게’ 2030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에게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투기성은 강한데 내재가치는 없으며 손실 위험은 큰데 광풍이 불어 걱정이라는 게 은 위원장 발언의 골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가상화폐를 그림에 비유했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을 비롯한 현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림은 금융상품이 아니며 도박의 대상도 아닌 자산이다. 어떻게 보면 투자 대상이지만 구매하는 목적에 따라 투기, 혹은 탈세를 위한 도구로도 변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로 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처럼 활성화할 생각도, 도박처럼 규제할 생각도 없이 내버려두겠다는 게 현 정부의 의지다.


그림 언급은 가상화폐 과세에 당위성을 부여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내년부터 가상화폐를 양도하면서 차익이 발생할 경우 기타소득으로 구분해 세금 20%를 떼어간다. 이에 대한 반발이 크지만 가상화폐가 그림과 마찬가지인 자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림도 사고팔면서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기타소득으로 봐 세금 20%가 붙는다. 가상화폐 낙관론자는 가상화폐를 주식에 비유하고 비관론자는 도박에 비유하는데 뜬금없이 그림이 나온 건 과세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 위원장이 강경 발언을 하게끔 단초를 제공한 것은 가상화폐 시장이다. 안 그래도 그림으로 비유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아무런 가치가 없고 발행은 무한정 가능한 도지코인이 일주일 간 300% 넘게 상승했다.



물론 위원장이 조언을 한 2030 세대는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투기성이 짙다는 것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 아니면 집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어른’이 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이 정말 ‘어른’이라면 혀를 끌끌 차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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