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값싼 노동력 바탕 저렴한 제품 공급…디플레 수출 평가
소비자에 이익 감소 부담 전가…최대교역국 美 물가상승 유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과거 디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시장에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중국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이제는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국가로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3.0%를 기록해 2018년 10월(3.4%)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대중 수입물가 상승률은 1.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대중 수입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0.9% 상승했다. 이는 2011년 9~11월 상승률(1.0%) 이후 10년 만에 최고 높은 수치다.
◆中 기업, 공산품 값 줄줄이 인상=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이익이 크게 감소한 중국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익률이 축소되자 더 이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WSJ는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정,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법에 더해 중국의 수출 제품 가격 인상은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광둥성 포산의 가구업체 레지스타는 올여름부터 제품 가격을 7%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가구 제작에 쓰이는 화학 제품, 금속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후 항공 물류비도 90% 가까이 올랐다. 장시성의 워크부츠 제조업체 지안 화얼신은 원재료 가격이 20~30%가량 오른 점을 반영해 2월 말부터 제품 가격을 5% 인상했다. WSJ는 그 밖에 의류업체, 인형 제조업체 등 많은 중국 제조업체가 3월부터 제품 가격을 10~15% 올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탄소배출 제로 정책도 기업들에는 비용 상승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철광석 생산량 축소까지 지시하며 온실가스를 줄이려 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 요인이 된다.투기가 횡행하는 것도 중국 제품 가격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직물 중개상 첸 양은 미국의 1조9000억달러 경기 부양법이 통과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춘절 연휴를 앞두고 일부 공급업체가 면화를 비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2월 중순 t당 1990달러였던 면화 가격이 3월 초에는 t당 2600달러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중국발 인플레 증가 위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는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에서 제품 구매보다 외식이나 여행 등의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외식이나 여행에 지출하는 비용은 60%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식과 여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품 구매 비중이 커졌다. 중국의 수출 물가 인상이 미국의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면서도 "전례 없는 경기 부양법, 세계 물류 대란, 중국 수출업체들의 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증가할 분명한 위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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