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창업주 존 콜리슨·패트릭 콜리슨 형제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세계 최고 부호 1·2위를 다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사비를 털어 투자한 스타트업.
바로 미국인 10명 중 8~9명이 사용한다는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스트라이프는 최근 아일랜드 재무관리청, 알리안츠보험, 피델리티증권, AXA손해보험, 사모펀드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총 950억달러(약 107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초 평가된 360억달러에 비해 1년여만에 무려 3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페이스북(800억 달러)과 우버(720억 달러)가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직전 달성한 기업가치 평가액을 이미 능가한 것이다. 지난달 740억달러로 평가받은 일론 머스크의 민간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앞질렀다.
스트라이프는 2010년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 패트릭 콜리슨(32)과 존 콜리슨(30) 형제가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온라인·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1년 밖에 안됐지만 80%가 넘는 미국인이 스트라이프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덕에 스트라이프는 2017년에 이미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달성했고, 현재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전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중 스트라이프보다 가치가 높은 회사는 중국의 바이트댄스(약 1800억달러)와 앤트그룹(약 1080억달러)밖에 없다.
창업주 콜리슨 형제 중 동생 존 콜리슨은 이미 2017년에 스냅챗 창업주 중 한명인 에반 스피겔을 제치고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형제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떡잎을 자랑했다.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 중서부의 소도시 리머릭에서 태어났는데, 이 곳은 통틀어 주민이 1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미생물학을 공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과학쪽에서 천재성을 보였다. 삼 형제 중 첫째인 패트릭은 8살때 리머리 대학에서 컴퓨터과정에 입문해 10살 때 대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16세가 되던 2005년에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대회에서 1위를 입상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는 등 급기야 아일랜드의 '올해의 젊은 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17세의 나이로 미국 매사추세츠(MIT) 공대에 진학했다. 둘째인 존도 아일랜드의 대입시험에서 최고점을 기록해 16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형인 패트릭은 MIT에 입학 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 판매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첫 번째 창업인 셈이다. 모국인 아일랜드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하자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투자자를 찾았다. 결국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한 존은 옥토매틱(Auctomatic)이라는 기업을 세웠고, 후에 캐나다기업에 500억달러에 매각하면서 19세의 나이에 백만장자에 올랐다.
이를 경험으로 콜리슨 형제는 복잡한 미국의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고쳐보고자 의기투합하게 된다. 그 결과가 바로 스트라이프다.
스트라이프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줄인데 있다. 페이팔 등 기존 온라인 결제시스템은 9단계의 결제과정을 거치는데, 스트라이프는 이를 3단계로 줄였다. 쇼핑몰 등 기업고객들 입장에서는 별도 서버 개발 없이 스트라이프가 제공하는 API 몇줄만 추가하면 쉽게 이들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유튜브 영상을 퍼오는 것 만큼이나 간단해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페이팔의 경우 판매자는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에 페이팔의 복잡한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했고, 소비자들은 페이팔 계정을 따로 만들어 온라인 결제 시마다 쇼핑몰과 페이팔 사이트를 오가는 번거로움을 겪어야만 했는데 이를 스트라이프가 해결한 것이다.
저렴한 비용도 스트라이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페이팔을 비롯해 일반적인 미국 카드사의 수수료가 4~5% 수준인데, 스트라이프는 이를 대폭 낮춰 거래마다 2.9%에 30센트만 추가로 받았다.
예상대로 스트라이프는 큰 인기를 끌면서 기존 페이팔이 잠식했던 시장을 빠르게 탈환했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TED, 타깃, 아마존,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스포티파이, 킥스타터, 도어대시 등 굵직한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수혜를 봤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럽 내 20만개 이상의 신규기업들이 플랫폼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주 존 콜리슨은 "지난해 초당 거의 5000여건의 거래 요청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벤처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모리츠 등이 모두 개인재산을 투자할만큼 스트라이프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자리잡았다. 경쟁사인 페이팔의 창업주 피터 틸도 스트라이프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스트라이프의 몸값이 오를대로 오르자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디비야 수리야데바라 제너럴 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마존웹서비스 출신의 마이크 클레이빌에 이어 올해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 등을 잇달아 영입한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통상 스타트업들이 재무통 인력들을 확충하는 것은 IPO 전조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리슨 형제는 "기본에 충실할 것"이라며 IPO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110개국에서 130여개 통화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트라이프는 향후 5년간 더블린지사에서만 1000여명을 더 채용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올해 말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업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말에도 개인 교사를 고용해 법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독서와 경비행기 타기가 취미라는 이들 형제는 이미 젊은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짧은 인생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끝 없는 배움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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