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분자 분해과정 초미세 수준에서 관찰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이관우 기자]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GIST) 문봉진 교수(물리·광과학과, SRC 극미세 초고속 X-선과학 연구센터, C-AXS)는 이산화탄소 분자가 로듐(Rh)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의 박정영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과 충남대학교 김현유 교수(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 연구결과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유용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화학반응의 직접 증거를 제시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메탄 혹은 메탄올과 같은 청정 연료로 전환한다면, 환경 및 석유 에너지 의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CO2)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기 때문에 전환을 위해 높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CO)와 산소(O)로 분해시키는 초기 과정에는 수십 기압에 이르는 고압 반응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최적의 반응경로를 설계하고 전환 효율을 향상시키려면 이산화탄소의 분해 메커니즘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광학적 분석 등 제한적인 증거만 제시됐을 뿐, 이산화탄소 분해 과정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정확히 제시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실제 반응 환경에서 이산화탄소 분해과정을 실시간 관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크기가 수 옹스트롬(?·10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분자는 화학 반응기 내부 압력이 충분히 증가할 경우,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구조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적 예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현유 충남대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상압 환경은 크기가 작은 이산화탄소 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고압 환경”이라며 “주변 압력으로 인해 단위 면적 당 분자 간 충돌횟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며 분자가 불안정해지고, 최종적으로 분해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팀은 ‘거대 빛 현미경’으로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의 미세한 화학 결합 에너지 변화를 측정, 상압 환경에서 반응이 시작한 뒤 일산화탄소가 서서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구조변화를 일으킨 이산화탄소의 전자구름 밀도 차이가 로듐 촉매 표면에서 극대화됨을 발견했다. 로듐 촉매의 표면에서 이산화탄소의 분해가 시작된다는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문봉진 지스트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이산화탄소의 효과적 제거와 활용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의 분해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실험과 계산과학 분야 공동연구를 통해 표면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후속 연구를 위한 표준 연구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영 IBS 부연구단장은 “이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이론은 오래 전 제시됐지만, 그간 직접적인 실험 증거가 제시된 적이 없어 40여 년간 난제로 여겨졌다”며 “향후 이산화탄소의 전환률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연결고리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6일 오후 7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2.121)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호남취재본부 이관우 기자 kwlee7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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