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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상부상조(相扶相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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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상부상조(相扶相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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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정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부상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조차 샌더스 부상을 우려하고 있으니 트럼프 진영에선 느긋하게 민주당 경선을 지켜볼 뿐이다. 4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슈퍼화요일' 14개 주 경선중 10개 주에서 승리했지만 향후 남은 경선 지역에서 샌더스가 이겨 대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한달 전만 해도 무려 11명의 후보가 난립했으나 샌더스의 부상에 부담을 느끼는 민주당 내 정서가 확산하면서 반 샌더스 세력 결집을 위해 지지부티 등이 경선을 포기하여 현재 4명의 후보만 남았다.


지난해 내내 미·중 간 관세 폭탄과 보복관세 등 '강 대 강' 구도가 유지됐다가 올초엔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서명했다. 내용을 보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것일 뿐 양자 간 '균형'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부담해야 할 의무사항만 가득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마비되는 상황이므로 코로나 핑계를 대고 약속 이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약속 이행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홍콩 입법회(국회)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난해 6월 대규모 반중국 집회가 열렸다. 중국은 진압부대를 심천 등 홍콩 인근에 주둔시키며 시대위 해산을 종용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개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마침 홍콩이 중국으로 서방의 자본이 흘러 들어가는 창구인지라 중국도 진압부대를 투입하기 어려웠다. 홍콩 사태 해결이 지연되면서 중국의 대 미국 통상협상 환경은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단계 합의가 서명됐다.


1단계 합의 서명 후 얼마 안 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문제가 터졌다. 과학의 영역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중국의 방식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은 물론 세계로 퍼지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중국 주요 도시가 봉쇄되자 미국에선 중국이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회귀(리쇼어링)시킬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 중국엔 치명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결단을 내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1차 합의안 약속 이행을 확인한 것이다. 약속 이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중국은 미국산 상품에 부여했던 관세도 선제적으로 낮췄다. 만약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미국이 중국 경제를 흔들면 중국은 체제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를 친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합의안엔 자연 재해나 중국 국내의 수급 등을 고려해 미국산 상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은 약속의 이행을 미루거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실로 작용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런 중국의 태도에 흡족했을 것이다. 비즈니스 및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그는 이미 자신의 선거에 유리하게 중국이 행동하고 있다고 읽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약속 이행을 확인한 것은 미국의 추가 조치를 방지하고 1단계 합의 이행을 선거 홍보 포인트로 사용하려는 트럼프의 계산을 읽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권고하는 측근들을 슬쩍 나무라며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중국의 배려에 보답했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중국 경제가 기운을 차리도록 여유를 주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심전심으로 필요한 부분을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 11월 대선까지 미·중 관계는 원만하겠지만 그 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의 비 시장경제요소 시정을 다루는 2단계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올해 미·중 관계가 조용하더라도 양측의 필요에 따른 일시적인 휴전이란 걸 인식하고 국제관계와 비즈니스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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