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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ㆍ중ㆍ일 성장몽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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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ㆍ중ㆍ일 성장몽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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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 일본몽과 겨뤄야 할 한국몽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 누구라도 알고 있는 그런 꿈의 대화, 가사 한 줄이라도 나온 적이 있는가?


과거 '잘 살아보세'가 있었고 군사독재 시절 '선진조국창조'도 기억난다. 그 후 북방 정책이나 세계화, 역사 바로 세우기도 기억나고.


지금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 포용 국가와 균형 발전'을 새로운 한국몽으로 밀고 있다. 지난 12~13일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 II 행사명이기도 한 한국몽은 헌법 전문에 명시된 "포용 국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전한다.


한국몽 꿈의 대화에 응한 움직임도 민간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4~15일 성균관대에서 55개 학회, 1500여명 학자들이 참여하고 460편의 논문이 발표된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전체 회의 주제 또한 '한국 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와 '기로에 선 한국 경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과 분배를 위한 정책 과제'로 모아졌다.

한국몽과 달리 중국몽, 일본몽은 이미 뭉쳐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 중국몽은 다름 아닌 신(新)실크로드 구상에서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ㆍOne belt, One road)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가 있어 때를 기다려온 중국이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시기부터는 중국 왕조의 옛 영화를 회복하겠다는 일대일로 중국몽으로 똘똘 뭉쳐 달려가는 중이다.


일본몽은 정치적 의역이 필요하긴 하나 타아입미(打亞入美)쯤으로 부르고 싶다. 130여년 전 일본 개화기 사상가가 일본의 나아갈 길로 제시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현재화한 표현이다.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까지 공격해가며 글자 그대로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간다'라는 일본몽을 부여잡아왔던 그들은 이제 진화한 새 일본몽으로 내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줄달음치고 있다.


그것은 아시아를 때리고 미국과 깊이 연대한다는 타아입미로 축약된다. 탈아입구가 보수적인 청나라, 조선 정부를 벗어나 서양을 향한다는 수준이었다면 현세 일본몽은 결이 다르다. 새 일본몽 타아입미는 각축하고 경쟁하는 한국, 중국을 타격하고 유럽 서양보다는 미국 서양으로 확고하게 줄을 서겠다는 속셈이다.


이제 한ㆍ중ㆍ일 국가 비전, 성장 전략 삼국지를 나란히 모아 답안지 비교를 해볼 참이다. 우선 중국몽 일대일로는 점차 외화내빈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원조와 자원ㆍ직접투자 외교를 진행하고 공자학당과 같은 물량 공세로 문화 확산에 나서왔으나 너무 성급했는지 갖가지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 남중국해 군사 대립, 명품 싹쓸이 쇼핑과 매너 없는 관광객 등으로 일대일로 중국몽은 마구 흔들리고 있다.


일본몽 타아입미는 일본국 내부적으로는 주효한 듯싶다. 전쟁 르네상스에 대한 갈구와 환상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일본이기에 아시아권에서 또 한 번 칼로 싸워 자웅을 겨뤄보자는 데 준동할 그네들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 중국과 등지고 미국 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또한 성공적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끝으로 한국몽 혁신적 포용 성장은 어떠한가? 취업 포기자와 단념자가 넘쳐나는데 대기업은 투자를 못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만치 우리 실물경제의 아랫목, 윗목이 따로 노는 실정이 참으로 안타깝게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포용 성장이 취업도, 사업도, 활동도, 참여도, 투자도 전부 포기하는 카드를 사용하는 자포자기 분위기로 가고 만다면 한국몽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애초에 뭔가 꿈이라고 믿고 희망을 걸고자 했던 순수한 소망 자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국가 비전 한국몽 혁신적 포용 성장에는 강력한 총설계사가 없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와룡 선생, 제갈공명을 찾아 모셔올 때다. 한 동네 사는 등잔 밑 귀인부터 알아봤으면 좋겠다.


피렌체 문예부흥의 유럽몽을 이룬 3대 거장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손잡고 후원한 메디치 가문과 같은 운명적이고도 극적인 만남을 기려본다. 아시아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원대한 한국몽을 위하여.



심상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ㆍ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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