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로 열·에너지·CO2 과다 배출
16년간 진행 시 섭씨2도 상승 가능성
미국 하와이 대학 연구팀 분석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비트코인 채굴 광풍이 16년간 지속될 경우 지구온난화가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비트코인의 채굴은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연산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된다.
23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주간기술동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하와이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신용카드나 여타 결제 시스템과 같은 속도로 전세계에 퍼져 나갈 경우 비트코인 채굴에 의해 생기는 열로 지구 평균 기온은 2033년까지 섭씨 2도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비트코인 채굴 전용 하드웨어 효율성, 채굴업자들의 위치, 채굴시설이 있는 국가의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연구결과 따르면, 2017년에만 비트코인 채굴에 의해 69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전세계 에너지 생산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팀은 "따라서 아직까지 전세계 비현금 거래의 0.03% 정도 밖에 담당하고 있지 않은 비트코인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채굴은 연산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채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채굴 시설들은 컴퓨팅 파워를 높이기 위해 통상 3000 대의 전용 컴퓨터를 배치한다.
네덜란드의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인 디기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은 호주에서 소비되는 것과 거의 같은 전력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규모를 구축한 암호화폐 이더리움(Ethereum)의 채굴에서도, 웬만한 작은 나라의 전력 소비량만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구결과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 예측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IITP는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예측이 기존 발전 전력과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이 20년 후에도 동일하다고 가정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더 널리 재생 에너지가 보급된다면 비트코인 채굴에 의한 환경 영향은 보다작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채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IITP는 "암호화폐 채굴은 연중 24시간 무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력 수요를 더욱 줄일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UN 기후변화 보고서는 "현재보다 기온이 섭씨 1.5도 상승하면 지구에 엄청난 기후변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트코인 채굴 영향 어떻게 측정했을까…신용카드와 식기세척기의 보급률 참고
신용카드는 그 보급 속도가 너무 빨랐고, 식기 세척기는 반대로 보급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에 이 두 사례를 참조모델로 활용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비트코인이 두 기술의 보급 속도의 평균 속도로 퍼지는 것을 가정했다. 이 속도로 비트코인이 확산될 경우 16년 만에 지구의 평균 온도는 섭씨 2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예상할 수 있는 가장 느린 보급률로 비트코인이 대중화되더라도 22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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