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신고되지 않은 북한 :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밝히면서 북한 미사일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SIS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가운데 13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최대 900여발이며 스커드 미사일을 최대 440여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이동식발사대(TEL) 108기를 보유하고 있다. 탄도미사일별로 보면 스커드 미사일의 보유 수와 스커드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TEL이 가장 많다. 스커드 미사일 보유 수는 최대 430여발(TEL 36기)다. 뒤를 이어 무수단미사일 27발(27기), 노동미사일 330여발 (27기), KN-02 100여발(12기), KN-08과 KN-14는 총 12발(6기)다.
이들 미사일들은 북한 미사일기지 3개의 벨트에 배치되어 있다. 군과 국방연구기관은 현재 배치된 북한 미사일 축선을 편의상 3개 벨트로 명명하고 있다.
1벨트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 떨어진 지역으로 스커드 여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거리가 300~700㎞로 짧아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두기 때문이다. 스커드미사일은 현재 400여 기가 배치되어 있고 이동식 발사대(TEL)도 40대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2벨트는 DMZ 북방 90~120㎞에 구축됐으며 노동미사일 여단이 맡고 있다. 사거리 1200㎞로 300기 이상 배치된 노동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으며 사거리를 볼 때 주일미군까지 타격할 수 있다. 노동미사일의 TEL은 3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제3벨트는 평안북도 철산에서 함경남도 검덕산과 자강도 중강을 기준으로 한 후방지역이다. DMZ에서 175㎞ 북쪽인 이곳에는 30~50여 기로 추정되는 무수단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30대 안팎의 TEL에 의해 이동하면서 발사하면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다 ICBM급인 KN-08까지 3벨트 지역에 배치되면 하와이 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지점을 보면 3개의 벨트는 명확해진다. 북한은 2017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쏜 지역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발사 의도에 따라 발사 장소를 다르게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한 곳은 평안북도의 철산군 동창리와 구성시 방현비행장을 비롯한 평안남도 숙천, 황해북도 황주, 황해남도 은율, 강원도의 원산과 함흥 등이다. 이 가운데 평북지역에서는 IRBM(2400㎞ 이상)을, 평남과 황해도 지역에서는 사거리상 MRBM(800~2500㎞)에 속하는 노동ㆍ스커드미사일을 주로 발사하고 있다. 강원도 원산과 함흥지역에서는 300㎜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를 쏘는 추세이다.
구성시 방현비행장에서는 지난달 12일 '북극성 2형'을 최초 발사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무수단(BM-25ㆍ북한명 화성-10) 미사일을 2차례나 쐈다. 구성시는 동창리와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방현비행장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북극성 2형은 500여㎞를, 무수단은 400여㎞를 각각 비행했다. 사거리가 2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극성 2형과 3000㎞ 이상의 무수단의 사거리를 각각 줄여 쏘고자 북한내륙에서 가장 서쪽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평남 숙천과 황해도 황주ㆍ은율은 MRBM인 노동미사일(최대 2000여㎞)과 스커드미사일(최대 1000㎞)이 주로 발사되는 곳이다.
2016년 9월 5일 황주에서는 1000㎞의 스커드-ER을 쐈다. 스커드(최대사거리 700㎞)를 개량한 스커드-ER의 시험 발사가 최초 포착된 사례다. 황주지역 인근 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는 지난해 7월 19일 노동미사일 2발과 스커드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 이동식 발사대는 고속도로에 건설된 터널에 숨어 있다가 발사 직전 전개됐다.
같은 해 3월 19일에는 스커드 2발을 발사했는데 500여㎞을 날았다. 황해남도 은율에서는 2016년 8월 3일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1발은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발했고, 나머지 1발의 비행 거리는 1000km 내외로 파악됐다. 평남과 황해도에서 발사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하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동시에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여러 발을 쏘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도 모두 요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강원도 원산과 함흥지역에서는 300㎜ 신형 방사포를 쏘는데 사거리가 200여㎞에 달해 충남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발사지점만을 놓고 보면 후방지역에는 IRBM, 중간지역에는 MRBM, 강원도 원산 부근에는 300㎜ 신형방사포로 '미사일 축선'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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