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지난달 29일 개그맨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다 부모를 비하하는 손동작과 비속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 씨는 “지난 라이브 방송에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많은 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부모 또는 상대방의 부모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다.
이런 패륜 게시물이 가장 많은 커뮤니티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심의대상에 오른 총 178건의 패륜적 욕설 중에 거의 절반(49.4%)인 88건이 일베에 게시된 글이었다.

관련해 일베 한 회원은 ‘씹X패륜아 인생X’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딩때 애X새X, 새애X 씨XX 만났음”이라며 자신의 부모에 대해 비하 발언을 이어갔다. 그런가 하면 다른 네티즌은 상대방에게 “니에X 길거리에서 껌 판다며 ㅋ”라고 말하는 등 역시 패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패륜적인 언행의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의 특성상 누구나 각종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 있어,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이런 글을 보고 학습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학생 A 씨(당시 20)는 한 온라인 게임 채팅에서 알게 된 B(17) 군에게 자신의 부모를 욕하는 내용을 접하고, 실제 B군이 게임을 하고 있던 PC방을 찾아가 흉기로 10여 차례를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군이 동생과 게임하며 다퉈 갑자기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패륜적인 글과 말을 하지 말자며 ‘우리 반 금지어’를 만들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교실에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할 11가지 말’을 정해 친구들과 지키고 있다.
금지된 말 주요 내용을 보면 △패드립: '패륜적 드립'의 줄임말로 부모나 조상에 대한 욕을 할 때, △니 얼굴 실화냐: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할 때, △응 아니야: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싶을 때 등이 해서는 안 될 말에 꼽혔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앞서 5월 어린이·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패륜적 욕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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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성기 또는 성행위 등을 빗대어 부모나 가족 등을 비하하는 욕설이 범람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륜놀이’, ‘패드립놀이’ 등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방심리가 강한 어린이·청소년들은 경쟁적으로 더 심한 욕설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온라인 언어폭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족·사제·교우관계의 파탄을 불러올 우려가 커 사회적 각성과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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