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프로젝트' 이끈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람이 그리운 섬' 가파도…퇴색없는 생태계 가꿔
"기업이 들어와 땅장사 오해 할수 있는데 가파도 주민들이 진정성 믿어줘 감사"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푸른 하늘 아래 황금빛을 띄기 시작한 연두의 청보리가 넘실댄다. 바다 냄새가 나고 돌과 뿔소라 껍질로 만든 담벼락이 이채롭다. 제주도 남서쪽 서귀포 모슬포 운진항에서 뱃길로 15분을 가면 나오는 섬 '가파도'의 모습이다.
현대카드가 작은 섬마을 가파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낡고 높아 어색하게 관광객을 맞았던 여객선 매표소가 1층짜리 낮은 건물로 들어섰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20m에 불과할 정도로 평평한 가파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여행객을 위한 깨끗한 숙박시설과 스낵바가 생겼고, 전 세계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품을 구사할 수 있는 레지던스도 들어섰다.
현대카드가 6년만에 완성해 공개한 '가파도 프로젝트'의 결과다. 현대카드는 2012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가파도의 자연 환경을 유지하면서 섬 문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CSR) 프로그램이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가 디자인ㆍ브랜딩 노하우를 재능기부해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CSR 철학을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라는 프로젝트까지 연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연탄 배달이나 김장담그기와 같은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현대카드답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가파도는 이번 프로젝트로 자립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민의 90% 이상이 어업에 종사하는 가파도 특성상 청년이나 관광객을 모아 섬 내에서 소비를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필요했다. 해녀들이 갓잡아온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레스토랑 시설을 갖춘 어업센터를 만들고 조용한 섬에서 저녁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스낵바와 여객선 매표소에 카페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호 가파도 이장은 "가파도는 사람이 그리운 섬이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마라도로 가는 사람들만 쳐다봤다"며 "가파도 프로젝트 덕분에 주민들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버려진 집과 창고, 공사가 중단된 콘도를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제주도가 부지를 매입해 주민들에게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하고 수익을 분배한다. 현대카드는 차익을 노린다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것을 염려해 땅을 매입하지 않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기업의 가파도 부동산 투자 등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가파도 주민들이 현대카드의 진정성을 믿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 부문장의 영향이 컸다. 정 부회장은 "6년 전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아내(정 부문장)에 끌려 이 섬에 왔다"며 "아름다운 섬에 관광객이 많이 오고 난개발되는 악순환을 이 섬이 겪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카드ㆍ캐피탈 브랜드 부문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문장은 이번 가파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 힘을 보탰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현대카드가 진행한 세번째 지역변화 프로젝트다. 앞서 2014년 강원도 봉평장과 2015년 광주 송정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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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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