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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극장가 붐비지만…장애인에겐 여전히 ‘넘사벽’인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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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좌석 맨앞이거나 맨뒤·시각, 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더 어려워…미국·독일 등은 장애인용 보조기구 제공 의무있어

추석극장가 붐비지만…장애인에겐 여전히 ‘넘사벽’인 영화관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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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0일 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추석 대목을 노리고 극장가에 연일 대작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손쉽게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극장 나들이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휠체어 장애인 김모(45)씨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1년에 2~3번 영화관을 찾는다. 최근엔 택시운전사를 재밌게 봤고, 지난해 부산행도 관람했다. 코미디와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김씨는 “매번 상영관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봐 목과 눈이 아프다”며 “장애인 좌석이 상영관 중간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돼 장애인 문화향유권이 법으로 보장됐으나 장애인들에게 영화 관람은 여전히 ‘도전’으로 여겨진다.

3일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의 상영관 내 장애인용 좌석 현황을 살펴보니 10석 중 7석가량이 맨 앞자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CJ CGV는 전국 영화관에 있는 장애인용 좌석 2779석 가운데 67.5%가 맨 앞에 위치했다. 메가박스(1404석)와 롯데시네마(1348석)도 맨 앞줄 비율이 각각 76.4%와 73.9%에 달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영화관에 직접 가보니 10개의 장애인 좌석 모두 맨 앞자리에 놓여 있었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화관 출입구를 보통 앞쪽에 두기 때문에 장애인용 좌석도 앞좌석에 위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장애인은 그나마 영화 관람 여건이 나은 편이라 볼 수도 있다.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영화 상영은 태부족하다. 이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선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버전’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버전은 기존 영화에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대사, 음악, 소리 정보 등을 알려주는 한글자막을 넣어 만든 영화를 말한다.


메가박스는 올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택시운전사, 군함도 등 20편의 한국영화를 광주, 경북 안동 등에서 104회 상영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경기도 고양, 경남 통영 등 7개 극장에서 16편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한 데 이어 올해도 이달까지 7개 극장에서 16편을 상영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 수요를 채우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최근 열린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원할 때 영화 보러 가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들은 정해진 날짜, 정해진 장소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해외에선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돼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새롭게 개정된 장애인법을 시행하면서 상영관 규모에 따라 자막과 화면해설 상영 장비 등을 갖추도록 했다. 또 통신법에 따라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전용 안경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도록 의무화 했다. 독일도 앱을 통해 영화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도록 했고, 영국은 영화관이 청각 장애인에게 개인형 보청기기인 ‘루프(loop)’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장애인 관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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