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로 유명한 SR-71 정찰기는 지난 1998년 은퇴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정찰기'의 기본기체라는 이미지로 가장 많이 남은 기종이다. 지난 2009년 개봉된 영화 '트랜스포머2'에서도 중요 캐릭터였던 '제트파이어(Jetfire)'로 등장할 정도로 SR-71은 정찰기 중에 잘 알려진 기체 중 하나다.
그런데 SR-71이 원래 기체 명칭이 아니었다는 소문이 있다. 원래는 RS-71이었는데 당시 미국 대통령인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실수로 RS를 SR로 읽어서 이런 '각하의 실수'를 덮기 위해 정식명칭을 바꿔버렸다는 것. 후에 '전략정찰기(Strategic Reconnaissance)'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쪽이 더 적절해 보이게 됐지만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고 한다.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SR-71로 기체명이 변한 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설들도 존재한다. 이런 정찰기들의 개발이 냉전시대 비밀리에 시도되던 것이다보니 기체명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설이나 후속으로 개발 중인 모델을 가리기 위한 연막작전이었다는 설 등 여전히 이름과 관련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개발당시부터 SR-71, 별칭 블랙버드(Blackbird) 정찰기는 1960년 발생한 U-2기 격추사건 이후 U-2를 대용할 후속모델로서 개발됐다. 역시 U-2처럼 지상 2만6000미터 상공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800km 정도로 비행하는 U-2와 달리 최고 속도 마하 3.3이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비행하는 유일한 기체다. 단순 고고도 비행기도 격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어마어마한 속도성까지 얻게 된 것.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로 정평이 났으며 고속 항공기 설계의 정점에 달한 비행기로 평가받는다.
또한 최초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비행기로도 알려졌는데, 기체 여기저기에 전파흡수물질을 발랐으며 이 물질 자체는 현대 F-22 랩터에 쓰는 물질과 동일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스텔스 기능은 매우 약한 편으로 워낙 고고도에서 빨리 날다보니 스텔스 기능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요격은 거의 불가능한 기체로 알려져있다. 실전에 투입된 이후 약 4000여회에 걸친 격추시도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단 한번도 격추된 적이 없는 기체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와 함께 첩보위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엄청난 유지비로 인해 1998년 퇴역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U-2 정찰기의 후속모델이지만 역설적으로 은퇴시기는 더 빨랐던 것. 최근에는 SR-71의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사가 SR-71의 후속모델로 SR-72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SR-72는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최대 속도 마하6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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