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북한군 동향을 매일 주시하며 하루 2-3차례 감시 비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진 U-2 정찰기는 미국의 중요한 전략자산 중 하나다. 2만5000미터의 고도를 날아다니며 적군 동태를 파악하는 고고도 정찰기로서 1998년 퇴역한 SR-71과 달리 1955년 생산 이후 아직까지도 현역을 뛰고 있는 '장수' 기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정찰기계의 스테디셀러, U-2에게는 재미난 별칭이 있다. 바로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란 별명이다. 얼핏보면 용을 닮은 기체를 봐서 드래곤이란 별명이 붙은건 금방 이해가 가지만 레이디는 뒤에 왜 붙은걸까?
뒤에 붙은 '레이디'란 별칭에는 고고도 비행을 하는 U-2 정찰기의 고충이 들어가있다. 연료 연결부 고무패킹이 비행고도에 존재하는 오존(ozone)에 의해 자꾸 부식되자 임시방편으로 '생리대'를 집어넣어 막은 적이 있었는데, 이후 드래곤 레이디란 별명이 굳어버린 것.
U-2 정찰기는 워낙 고고도에서 비행하다보니 대기권 상층부에 포진된 오존(ozone)이 자꾸 기체 내로 들어오게 된다. 오존은 대기권 내에서 오존층을 이뤄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물질로만 알려져있지만 실제 인체나 기체 입장에서는 강력한 산화제로서 쉽게 부식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 오존이 연료 연결부 고무패킹을 부식시켜 비행에 문제가 생기자 임시방편으로 생리대를 썼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U-2 정찰기를 보는 비행사들도 일반 파일럿 복장과 달리 거의 '우주복'을 입고 탑승해야한다. 우주공간을 나가기 직전의 대기권 상층부에서 800km의 속도로 비행하다보니 이런 옷을 입고서 탑승해야만한다. 더구나 정찰기 특성상 체공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U-2 파일럿들이 입는 특수 여압복은 물을 마시거나 식사, 대소변까지 다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져있다. 이 여압복은 미국의 달탐사 당시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 제작에도 큰 참고가 됐다고 한다.
다만 1960년 5월, 구소련 상공에서 격추당한 일이 있다. 당시 조종사였던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Francis Gary Powers)가 정보 수집 중 소련의 방공망에 걸려 우랄산맥 부근에 위치한 스베르들롭스크시 상공에서 소련군의 S-75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 당시 소련군은 U-2기 격추를 위해 최신예 전투기였던 Mig-19, Mig-21을 출격시켰을 뿐만 아니라 방공미사일이었던 S-75 미사일을 8발이나 쐈으며 결국 엔진 재시동을 위해 고도를 잠시 낮췄던 U-2를 겨우 격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런 사고 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U-2는 본인보다 후속모델이었던 SR-71이 은퇴한지 20년이 되가는 상황에서도 현역이다. 워낙 장기간 운용된 기체인 만큼 최첨단 항공전이 펼쳐지는 현대에는 쓸모없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여전히 현역인 이유는 워낙 활동 고도가 높아서 현대 방공무기로도 요격이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주요 방공 미사일인 PAC-2 미사일은 물론 S-300 등 구소련의 방공무기로도 최대요격고도 근처에서 비행하는 이 비행기를 격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U-2의 정찰능력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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