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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공개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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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공개 소프트웨어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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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발명은 인류 문명사의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컴퓨터 이전의 기계 발명은 육체노동을 경감 혹은 자동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컴퓨터는 우리의 생각을 자동화한다.


영국의 수학자 튜링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 개발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튜링은 범용기계라는 아이디어를 낸다. 범용기계란 지시사항을 입력으로 받아 그 지시대로 작동하는 기계를 지칭한다. 바로 컴퓨터라고 부르는 기계다. 지시사항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기계처럼 작동한다.

사람의 지식을 컴퓨터로 옮겨 놓을 수 있다. 그러면 컴퓨터는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프로그램에 의해 컴퓨터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즉 컴퓨터는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다.


튜링의 컴퓨터 모형은 전자장치로 구현돼 산업화 된다. 반도체기술 덕분에 컴퓨터 하드웨어는 소형화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산업 즉 소프트웨어 산업이 융성하게 됐다.

상업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공유하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하드웨어를 복제해서 나누는 것은 비용이 들지만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나누는 것은 호의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회를 위해 나누겠다는 결정은 칭송 받아 마땅하다. 이런 공유 관행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신속한 발전과 폭발적 확산을 가능케 했다. 사람들은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개선하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조건은 개선한 것이 있으면 이를 공개한다는 것 뿐이다.


우수한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작업해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여 공개한다. 여러 사람이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품질도 우수하고 오류 수정도 신속하다. 최근에는 선진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소프트웨어 공개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최근에는 공개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상용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우수한 경우도 많다. 스마트 폰의 공개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이 이를 사용하여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든 것은 다 공개 소프트웨어 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는 우수한 공개 소프트웨어가 많다. 알파고를 훈련시킨 것과 같은 기계학습용 공개 소프트웨어 도구만 40여개가 된다. 영어 등 음성 인식, 언어이해, 얼굴인식 등 최고 작품이 모두 공개 소프트웨어다. 이러한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을 다른 말로 하면 기술의 민주화라고 할까. 이제는 가난한 대학교수도, 작은 창업기업도 세계 최고의 기술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더 높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기계 학습 시스템의 품질은 사용한 데이터의 양과 질이 결정한다. 다수의 개발자가 힘을 합하여 데이터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지능 연구 생태계에서는 기계학습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가 공유되고 있다. 한국어, 한국인 관련 데이터 공유가 충분치 못한 것이 안타깝다.


논문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관행도 공개 소프트웨어의 영향으로 크게 변했다. 요즘은 논문 연구 중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도 공개한다. 누구나 이를 이용해서 연구 결과를 쉽게 재현할 수 있다. 이제 논문은 공개 소프트웨어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다. 모두 공개ㆍ공유 덕분이다. 공개된 소프트웨어는 사회적 자산이다. 양질의 공개 소프트웨어가 풍부한 사회에서는 해결책이 풍부하고, 혁신 속도도 빠르다. 대한민국의 전문가들도 이 거대한 대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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