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지 불과 사흘만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국제사회와 한국이 따로 노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1일 열리는 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지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교추협 의제로 올라간 것은 관계부처간 협의가 끝난 상황이다. 전례로 비춰볼 때 교추협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한다'는 원칙 아래 꾸준히 지속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 원칙이 있었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을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까지 반대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오히려 도발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상황은 나쁜 쪽으로만 흘러갔다.
결국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에 따라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했고, 통치 자금으로 전용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제기구의 검증 절차 등을 믿고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사전에 설명했고, 이 부분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간 협의는 당연한 절차였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이미 알렸고 어느 정도 동의도 얻었다"면서 "통치자금으로 전용할 수 없고, 군수 부분으로도 갈 수 없는 유아용품이나 일부 여성품목 등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 내부의 협의를 마쳤지만 교추협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추협에서 여론 등을 문제로 반대한다면 추진될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도 알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국제사회의 압박 기조를 흐트러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핵문제 해결,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여러 의견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정부는 베를린 구상 기조에 입각해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정과제에서도 인도적 지원, 민간단체 차원에서 검토하고 국민 공감대 하에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박정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실제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지금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유엔 제재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도발 행동을 계속하는 지금은 대화 국면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대해 최대한 압력을 가할 때"라면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