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3년만에 재개된 광화문 주한 미 대사관 이전 계획이 또다시 난항에 빠졌다.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미국 측과 행정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용산구 등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전이 예정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개발 방식이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올랐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대사관 이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올초 미국 측의 요구로 13년만에 다시 거론된 사안으로 이번 회의에는 미 대사관, 외교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본지 2월24일자 '[단독]美 대사관 용산 이전 13년만에 재개' 참고)
당초 주한 미 대사관은 2004년 덕수초등학교 앞 옛 경기여고 부지로 이전을 계획했다. 하지만 경기여고 자리가 옛 왕궁 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이후 문화재청과 미 대사관이 미국 소유의 경기여고 부지 2만6000㎡와 대한민국 소유의 용산 캠프코이너 부지 중 7만9000㎡를 교환하기로 하면서 다시 재개됐다.
현재 미 대사관 측이 마련한 설계안에는 용산 캠프코이너 부지에 업무동과 직원들이 머물 관사동을 따로 짓는 계획이 담겼다. 대사관 내 직원들이 전용으로 쓸 주차장 조성·사용 계획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 대사관 측이 업무동과 관사동을 따로 개발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발생했다. 업무동이 들어설 사업부지에만 지구단위계획을 먼저 수립해 달라는 것으로 단계별 개발을 통해 전체 사업 일정을 줄여보겠다는 계산이다. 미 대사관 측은 업무 시설에 대한 승인만 떨어지면 즉각적인 이전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사동 계획안을 아직 수립하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미 측은 대사관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전국에 흩어진 부설 사무소를 모두 용산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이 경우 광화문 대사관 직원 외 추가 인원을 수용할 시설 등을 다시 계획해야한다.
행정권을 쥐고 있는 용산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 대사관이 이전할 용산 내 부지를 업무용과 관사용으로 나눠 개발할 경우 심의 과정에서 특혜와 같은 변칙 사례가 나올 수 있는데다 업무동과 관사동이 들어갈 부지의 토지이용 및 건축물 수립 계획이 동일해 하나의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을 수밖에 없어서다.
용산 기지는 물론 일대 용산공원 조성까지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도 같은 입장이다. 이날 서울시는 업무용 부지와 관사용 부지를 합쳐 하나의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미 대사관 측에 다시 제시했다.
다만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이더라도 미 대사관에서 준비한 건축물 계획안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업무동의 최고 층수는 12층, 최고 높이 55m로 직원 숙소는 100가구 내외다. 대사관 직원과 가족에 대한 행정지원 시설도 포함됐다. 미 대사관 측은 협상 과정에서 제공부지 규모와 고도제한을 두고 조정이 가능한 안도 준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 대사관 측이 제시한 건축물 고도 제한 등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도시건축공동위회 심의 등에서 논의할 대상"이라며 "오랜기간 논의됐던 사안인데다 도심 내 이뤄지는 국제적인 사안인 만큼 향후 관계 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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