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한국의 히든챔피언(작지만 강한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합니다."
2000년대 독일 부흥의 산증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한국 중견기업계에 던진 메시지다. 지난 9일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해 '중견기업 차세대 리더와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현재 한국 중견기업의 다수는 대기업 1차, 2차 벤더(도급업체)다. 특정 대기업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중견기업의 양적ㆍ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가 보다 더 중견기업 육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경우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을 1300여개 육성한 경험이 있다. 이는 전 세계 강소기업의 48%를 차지한다. 독자적인 연구개발(R&D)과 혁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 중견기업의 성공을 위해 '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지배구조와 조직관리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다양한 교육을 통한 인적 역량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본인의 정치 생명과 맞바꾼 '하르츠 개혁'을 통해 전후 '유럽의 병자'로 불리우던 독일을 '유럽연합(EU)의 리더'로 변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도 "오늘날 독일이 유럽의 리더로 떠오른 것은 슈뢰더의 용기 있고 과감한 개혁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독일 히든챔피언의 성공 비결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주제로 조화로운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중견련 M&Aㆍ명문장수기업센터가 운영하는 차세대 리더 모임 '얼리 버드 CEO 포럼' 회원과 중견기업 차세대 리더 10여 명을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 독일 NRW 연방주 경제개발공사, 중견련 관계자 등 23명이 참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목적의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승계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열정, 기업의 혁신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경영 역량을 갖춘 차세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환경과 정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뚫고 나아갈 실제 주역은 중견기업, 그리고 국제적인 감각, 도전 정신, 기술 경영 역량 등을 갖춘 중견기업 차세대 리더들"이라며 "윤리경영, 적극적인 해외 진출, M&A 추진, 신사업 개발 등 리더로서의 성장을 뒷받침할 다양한 교육과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