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시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및 산하 자치구청, 타 시·도 및 지자체 소속 임기제 공무원들이 전국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을 만나 '사실상 비정규직' 신세를 호소하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임기제 공무원들의 고용은 1974년 전문 지식·기술이 요구되는 직종에 활용하기 위해 '계약직 공무원'(임기 3년) 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갈수록 교통 단속, 법무 등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채용 인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만 해도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만 2014년 821명에서 2015년 887명 2016년 927명 등으로 증가했다. 시간선택제 임기제도 2014년 626명, 2015년 779명, 2016년 836명으로 급증했고 한시 임기제도 2014년 10명 2015년 22명 2016년 32명으로 3배나 늘었다. 기관장·부서장 입장에선 신규 직원을 뽑아 오랜 시간 교육시키기 보다는 전문 인력을 빠른 시간 내에 뽑아 투입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내부 개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개방형 직위가 확산되는 추세도 반영됐다.
이같은 계약직 공무원 제도는 2013년 12월부터 임기제(계약기간 5년)로 이름이 바꿨고, 지자체 소속으로만 서울시 및 사업소 1000여명, 자치구청 1000여명 등 전국에 2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정부는 임기제로 명칭을 변경함과 동시에 이들을 실적과 자격에 따라 임용되고 신분이 보장되는 '경력직', 즉 정규직 공무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임기제 공무원들의 경우 만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일반공무원들과 달리 임기가 끝날 때마다 다시 재취업을 위한 공개경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불안한 신분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국가직은 5년 기간을 채운 경우 최대 5년까지 추가 근무할 수 있어 10년간 고용될 수 있지만, 지방직들은 무조건 공개경쟁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한시적 프로젝트ㆍ업무에 투입한 후 계약을 해지하는 게 원래의 취지지만, 실제론 항시적 업무를 보면서 10~20년씩 근무하는 이들도 많다. 시 산하 서울교통방송 한 관계자는 "140여명의 임기제가 근무하는 데 이들 중 상당수가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본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신분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업무 차질, 연봉제 적용·수당 지급 대상 배제 등 열악한 처우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공무원들의 눈총도 감당해야 한다. 임기제 공무원들은 일반직 기준 5~6급 자리를 뽑는 경우가 많아 승진 자리를 빼앗긴 일반공무원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서류 전형·면접 만으로 채용되다 보니 일선 지자체의 경우 자치단체장이 자격도 없는 측근을 무리하게 특혜 채용했다가 물의를 빚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 임기제 공무원들의 채용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수험생들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일을 배우고 실적을 쌓아 승진을 하려고 하는 데 난데없이 부서장이 전문성 등을 이유로 임기제를 충원해 버려 일할 의욕이 없어진다고 얘기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꽤 있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에 문제점을 얘기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단기적으로 임기제 내 국가직·지방직의 임기 차이를 없애는 한편 장기적으로 일반공무원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동료 여직원이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임신에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일반 회사 비정규직들도 2년만 근무하면 정규직화되고 공공기관 무기계약직들도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데, 남들이 보기에 일반직 공무원이라고 부러워 하지만 고용 불안에 연봉제를 적용받고 명절 수당도 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당하는 신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안전부, 국회의원, 시·도 지사들을 만나 국가·지방 공무원임용령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철폐해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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