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BNK 등 지방금융지주 겸직 분리 확산…KB금융도 논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구채은 기자]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KB금융지주가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경영진 체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중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1일 KB금융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회장 선출을 위한 KB금융지주 이사회 내 '확대 지배구조위원회' 에서 7명의 사외이사들이 후보 리스트에 오른 23명에 대해 심사했다. 후보 23명은 외부 출신 5명, 내부 출신 18명이다. 후보 중에는 윤종규 현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포함됐다.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1~2차례 심사를 통해 5명 내외로 최종 후보를 추린 뒤 대면 면접 등을 거쳐 최종 1명을 뽑을 계획이다. 이르면 10월 추석 전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KB금융 안팎에선 윤 회장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014년 11월 윤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이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맥락에서다.
실제 KB금융은 실적과 시가총액 등 주요 지표에서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았다. 지난 2분기 990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신한금융(8920억원)에 앞섰다. 윤 회장은 연임 가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노동조합과의 문제도 최근 해결했다.
관전 포인트는 은행장 분리 문제다.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은행장을 별도로 뽑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에서도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KB금융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한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힘이 집중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지주사의 내부통제, 이사회기능 등을 고려해 지배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 경우 2014년 9월 임영록 회장ㆍ이건호 행장 체제 종식 이후 3년만에 분리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분리 시점은 새로운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올 연말로 예상된다.
지방 금융지주들도 회장과 은행장직 분리가 이어지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광주은행은 2014년 JB금융지주에 인수됐고, 김한 JB금융 회장이 광주은행장을 겸직해왔다. 광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송종욱 수석부행장을 차기 광주은행 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에따라 광주은행은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하에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을 투톱으로 하는 금융지주사의 진용이 갖춰졌다.
JB금융 관계자는 "광주은행이 안정화되면 행장직을 분리하겠다는 것이 꾸준히 견지해온 방침이었다"며 "투톱체계가 완성된만큼 앞으론 지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BNK금융지주는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바 있다. 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장, 지주 의사회 회장 등을 모두 겸직한 성세환 전 회장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주가 조종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7월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회장과 행장 인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방금융지주중 유일하게 회장ㆍ은행장 겸직을 유지하는 DGB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회장 행장 분리와 관련해 구체화되거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조금 더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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