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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기도 없는 '몰카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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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 상당수 미보유
서울 31곳중 13대에 그쳐
지자체서 빌려쓰는 곳도


탐지기도 없는 '몰카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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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민영 기자]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경찰이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단속을 위한 필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장비 부족으로 공공시설 등에 숨겨진 소형 카메라를 찾는 현장의 경찰인력들이 애를 먹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매년 몰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무회의와 22일 방송통신위원회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몰카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경찰의 몰카 단속도 활기를 띠고 있다.

몰카와의 전쟁에서 핵심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몰카를 잡아내는 '몰카 탐지기'다. 이 탐지기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몰카에서 나오는 전파를 알아내는 '전파 수신형(100만원대)'과 소형 렌즈를 구분하는 '렌즈 탐지형(30만원대)' 등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파 수신형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넓은 지역에서, 저가인 렌즈 탐지형은 화장실 등 좁은 곳에서 효과적이다. 두 개의 탐지기를 모두 갖춰야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유형 중 값이 싼 렌즈 탐지형 한 개조차 보유하지 못한 경찰서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달 현재 경찰이 보유한 몰카 탐지기는 총 186대로 전국 경찰관서 수(252개)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경찰이 보급한 것은 92대뿐으로 나머지는 각 경찰서나 경찰관들이 단속을 위해 자체 예산 또는 사비를 들여 구입했다.


탐지기도 없는 '몰카와의 전쟁' 경찰 몰카 탐지기 보유현황 표


몰카 범죄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수도권의 경찰서도 탐지기를 턱없이 적게 보유하고 있다. 31곳에 달하는 서울지역 경찰서의 탐지기 보유대수는 13대(40.6%)에 불과하다. 경기경찰은 32대의 탐지기를 갖고 있지만 42개서 중 13개서는 아예 몰카 탐지기가 없다. 인천 또한 단 3대만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 인천, 대구, 광주광역시, 충북, 전남 등은 경찰서 수 대비 탐지기 보유율이 절반을 밑돌았다.


이로 인해 탐지기가 없는 경찰서들은 단속을 위해 관할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탐지기를 빌려 쓰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몰카 탐지기가 올해 몇몇 경찰서에 보급되긴 했는데 '여름 파출소(여름철 치안 관리를 위해 특정 현장에 개소하는 파출소)'가 있는 곳을 위주로 배부됐다"면서 "(탐지기가 없어) 수시로 단속하기는 어렵고 구청과 합동 단속을 하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서 또한 "주어진 예산을 아껴서 몰카 탐지기를 자체적으로 구매했다"며 "어떻게 보면 손해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지기도 없는 '몰카와의 전쟁' 여성 안심보안관 몰카 점검 중


이를 반영하듯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몰카 집중 단속'을 벌여 몰카 촬영 및 유포자 973명을 적발했지만 탐지기를 이용해 단속한 것은 전무했다. 사전에 탐지기로 몰카를 감지해냈다면 영상 유포라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단속 현장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들여 몰카 탐지기를 보급했지만 처음이다 보니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전 경찰서에 탐지기를 보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몰카 범죄는 2006년 517건에서 지난해 5185건으로 1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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